• 최종편집 2024-04-08(월)
 


 

누구나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중증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 죽음은 일상이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이 눈앞에 서성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과 가족은 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희귀질환이 대물림 되는 경우 당사자나 부모의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배가 된다.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간인물에서 만난 김현주 이사장이다.  _ 이효정 기자


의사가 가지는 딜레마


1967년 연세의대 졸업 직후 25세의 나이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 가서 평소 관심이 있던 유전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우선 소아과부터 시작했다. 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1972년 뉴욕 마운트 사이나의 의과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연수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27년의 의사 교수생활을 끝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4년 아주대병원 설립 시 초빙되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전학클리닉을 개소하고 유전질환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의 희귀질환관련 의료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희귀질환은 보통 질병과는 달리 진료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유전상담을 통해 치료,관리를 결정하게 되고 나아가 예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당시 국내 상황에서는 전문의로서의 역할만으로는 희귀질환 환자를 돕는데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김현주 이사장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는 의사로서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이라는 첫 도전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의 릴레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한국희귀질환재단은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은 공익재단이다. 인가를 받은 건 5년 정도 되었으나 실제로 한국희귀질환재단의 나이는 20살이 넘었다. 1994년 김현주 이사장이 한국으로 돌아와 시작한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조성」을 위한 10년 동안의 심포지엄과 “사랑의 릴레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일환으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간절한 염원을 담아 2010년 재단을 창단했기 때문이다. 희귀질환 특성상 대부분 치료약이 없는데다가 효율적인 치료약이 개발되었어도 국내에 수입이 되지 않았고 고가였기 때문에 김현주 이사장은 초창기에는 일 년에 두 번씩 미국을 왕래하면서 약을 가져다가 치료했다.  교수로 재직할 당시 원무과에 전화를 하여 필요한 약의 수급을 건의하기도 하고 정부에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에 필요한 고가의 약에 대한 보험처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 때 SBS에서 ‘문성근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종성 PD가 연락을 해왔다. 고셔 질환과 환우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파수를 타고 나간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장애인의 날에는 ARS 모금방송 “사랑의 한걸음”을 진행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2004년 부천의 한 보육원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모은 성금을 희귀질환 환아에게 써달라고 기부해왔다. 희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와 관련하여 관심과 후원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 의원결의(醫園結義)!



고셔병이라는 희귀 질환이 있다. 효소의 결핍으로 체내에 대사되지 못한 지질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대사질환이다. 국내 고셔병 환자들은 10세가 되기도 전에 죽는 것으로 고찰되었다. 1991년 부족한 효소를 대체할 수 있는 약(효소대치술)이 개발되어 치료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정상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치료비가 비싸다보니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1998년 그래서 김현주 이사장은 “사랑의 한걸음” ARS 모금 운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 당시 IMF였는데도 불구하고 37만명이 6억을 모금했다. 또한 미국의 동포들도 방송을 보고 2억원의 후원금을 보내줬다. 뿐만 아니라 1000명의 미국 동포들이 보건복지부에 그 아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고가의 약재에 대한 보험급여을 받을 수 있도록 청원의 뜻을 담아 서명을 보내왔다. 김현주 이사장은 미국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병원으로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누구보다 빨리 집에 가서 한 두시간이라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지냈던 힘든 나날들. 그러나 의사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보람을 느꼈지만, 귀국하여 의사의 역할만으로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억들. 김현주 이사장은 13년간 월급을 받으며 들었던 교수연금 퇴직일시금을 모두 한국희귀질환재단의 초석을 다지는데 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부족했다. 그 소식을 들은 미국에 계신 의사이신 딸의 시아버님이 힘을 보태왔다. 그 후원금을 포함해 기부금을 모아 한국희귀질환재단의 인가를 신청했지만 정부의 인가를 받기에는 기본재산이 부족했다. 6개월 내에 부족한 기본재산을 보충하기로 하고 2011년 6월 마침내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공익재단으로 출범할 수 있었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인 정성이 담긴 돈이기 때문에 절대로 헛되게 쓸 수 없다고 마음먹었다.



희귀질환과 유전상담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희귀한 질환을 의미한다. 하나하나의 질환은 희소하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종류가 많다. 학회에 보고 된 것만으로도 7천여 종이 넘는다. 그 7천여 종의 희귀질환 중 80%는 유전이 원인이라고 밝혀져있다. 염색체의 이상, 유전자 변이 등으로 발병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의 발현 양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임상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아직 효율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않아 치명적이거나 난치성으로 장애를 초래하며 때로는 가족 내 재발 및 대물림 되어 가정이 붕괴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희귀질환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가족력을 포함하여 자세한 병력과 생활습관까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프로파일링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든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희귀질환 지원정책(유전상담에 대한 급여 및 전문유전상담사 수급 등)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병원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떠안아가며 희귀질환 진료와 유전 상담하는 것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는 2012년 유전상담 지원사업을 첫 목적사업으로 시작하여 이제 곧 진료건수 2000회를 앞두고 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환자에게 진단을 확인하고 유전상담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에게 질환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희귀질환의 관리와 예방을 목표로 하는 유전상담서비스를 정부가 희귀질환관리와 예방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인정하여 제공하는 그날까지,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들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유전상담 지원사업을 재단이 감내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희귀질환관리법 제정 후속조치, 정부의 역할


우리 나라에서 암 전문의는 1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희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의는 전국에 40명 정도이다. 희귀질환과 관련된 전문의 수가 적고 환자의 개체 수도 많지 않다보니 국내 희귀질환은 대부분 오진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희귀 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 10년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간과 돈 그리고 심리적 부담이 엄청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현주 이사장은 정부에서 희귀질환을 공공의료로 접근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마침내 15년 12월에 희귀질환관리법에 대한 법이 국회에서 제정되어 통과되었다. 이제 정부에서는 희귀질환의 예방, 진료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하여 희귀질환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고 국민의 건강 증진 및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도록 말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산은 남아있다. 정부에서는 국내 의료 현황파악과 희귀질환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유전상담을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지원,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유전상담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험급여가 되어야 한다. 30분 이상 장시간 소요되는 유전상담을 제공할 비의사 전문유전 상담사를 교육, 양성하는 것 또한 필수 요건이다. 이제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어 정부에서는 희귀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계획, 수행할 의무가 있고(희귀질환관리법 제 3조 의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유전상담사, 신직업 유망직종



아이티 산업의 발전으로 많은 분야의 직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사회가 오고 있다. 일본의 한 보험회사에서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대신 AI 인공지능으로 대체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증상을 입력하면 질병이 진단되고 그에 따라 처방되는 AI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김현주 이사장은 예측한다. 즉 현재 5분간 진료에 필요한 의사는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유전상담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가능한 해외직업 연구”에서 선정된 바 있고 2014년 교육부의 “신직업유망직종”으로 선정된 유전상담사는 질환에 대한 의학적, 유전학적 정보를 정확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함으로써 환자와 가족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해 의논하고 상담하며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유전상담사는 앞으로 그 필요성이 널리 알려짐으로써 신직업 유망직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김현주 이사장은 예측한다. 현재 의료 트렌드는 4P의 맞춤의료로 진화되고 있다. 즉 환자(patient) 중심으로, 질병의 예측(predict)과 예방(prevent)이 가능해지며 그리고 환자와 가족이 질병의 관리와 예방에 참여하는(participate)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맞춤의료에서 유전상담서비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유전상담사의 교육과 양성을 지원하여 전문유전상담사의 수급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 희귀질환 관리와 예방에 필요한 유전상담을 의료서비스 급여로 책정하여 유전상담 서비스가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제공될 수 있게 되면 희귀질환의 적절한 관리와 예방을 통해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희귀질환의 대물림은 적절한 유전상담과 유전자 검사로 예방이 가능하다. 희귀질환재단이 희귀질환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큰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유전상담서비스사업과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 지원을 통해 희귀질환자와 가족의 희망이 되기를 주간인물은 응원한다.
 
Profile
現 한국희귀질환 재단 이사장
現 건양대병원 유전상담클리닉 석좌교수
現 아주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의학유전학교실 명예교수



서울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2길 21 더샵서초 103동 407호
E-mail: raredisease@hanmail.net
Tel: 02-523-9230 / Fax: 02-581-9230
후원계좌 예금주 :  한국희귀질환재단
기업은행 660-006337-0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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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이효정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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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의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과 유전 상담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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