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거창유기는 지난 8월 26일 열린 ‘제49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국무총리상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문화재청 주관으로 열린 이 대회에는 각 지역 예선을 거친 454개 작품이 출품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거창유기 이혁 대표가 출품한 2인 식기세트는 삼베를 입사해 새긴 아름다운 문양과 은으로 도금한 참신한 시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상자에게는 대한민국 공예명품 인증 마크 사용 자격을 부여하고 각종 판로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2003년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대통령상 수상에 연이은 국무총리 수상으로 화제된 거창유기는 100년의 전통, 4대째 가업을 잇는 유기명가다. 주간인물은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새로운 명품을 만드는 거창유기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경상남도 거창군 남하면 가조가야로 308에 위치한 거창유기는 1924년에 공방을 개설한 이후 4대에 걸쳐 전통 유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일제의 수탈과 억압 속에서 유기를 보존한 1대 김석이 옹, 사라져가는 경남이 단조 유기를 지켜낸 2대 이현호 옹,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 주물유기를 되살린 3대 이기홍 장인에 이어 세계에 대한민국 유기를 알리고자하는 4대 이혁 대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 서른다섯의 이혁 대표는 서강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부품 제조 판매기업, 만도에서 사회경험을 쌓았다. 해외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꿈을 펼치던 그가 고향 거창에서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 건 5년 전, 한평생 산업화의 물결 속에 사라져가는 전통 주물유기를 살리는데 헌신해온 이기홍 장인의 뜻을 잇기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가업을 이어야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러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장남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생각보다 빨리 가업을 잇게 되었어요. 유기의 전통을 계승하고 보다 현대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4대 전수자인 이혁 대표는 장인의 DNA가 흐르는 사람이다. 선대로부터 내려져온 전통 유기 제작 기술을 계승·발전시키고 현대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생산관리시스템(ERP) 체제를 구축해 생산현장에 도입하는 등 경영 현대화를 추구하며,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사업에 지원해 현재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인재육성을 위해 세종하이텍고등학교 MOU를 체결하고 맞춤형 인재육성을 위한 도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 전반에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선조에서부터 내려온 전통 유기 제작 기술과 장인정신을 계승하되, 생산방식에서 있어 현대적인 경영기법을 가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전통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죠.”


그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국 유기를 소개하고 있다. 파리 메종로 오브제와 밀라노 박람회에 참가해 거창유기를 해외에 알린 것. 한국의 명품,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유기 그릇을 본 외국 바이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유기 특유의 고급스러운 빛깔에 감탄했어요. 은빛과 금빛 사이의 오묘한 유기의 빛깔,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하는 마에스트로 정신에 높은 가치를 표해주셨어요.” 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역으로 국내시장에 소개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 해외진출 만큼이나 디자인과 소재에서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출전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작품은 칼로 긁거나 레이저로 문양을 새기는 방식과 달리 삼베를 입사해 자연스러운 문양을 새겼어요. 그 위에 은으로 도금을 하는 참신한 시도를 했죠. 디자인과 소재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노력한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에 충실하되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고 있는 이혁 대표. 새로운 시대의 기준에 부합하는 명품을 만들어가는 젊은 장인, 그가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무엇일까. “ ‘명품은 새로움이다’라고 생각해요. 남과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늘 새로운 시도로 식상함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루이비통과 샤넬 같은 세계적인 명품들이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면서도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얻은 영감을 담아 새로움을 추구해 영원한 명품으로 가치를 지니는 것과 같죠. 이처럼 거창유기도 전통 유기라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면서도 소재와 디자인에 있어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4대째 거창유기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이혁 대표에게서는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공방 안에 보관된 할아버지(2대 이현호 옹)의 작품을 보여주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장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장인의 손길이 닿을수록 오묘한 빛깔로 영롱하게 빛나는 유기처럼, 장인정신으로 가업의 잇는 그의 기업가 정신은 빛났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거창유기, 한국전통유기의 명맥을 잇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49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국무총리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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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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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국무총리상 수상’ 세계적인 명품으로 거듭나는 100년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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