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8(수)
 
  • 정승민 소여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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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오동(皇吾洞)은 경주의 오랜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곳이다. ‘황오동’이란 지명은 신라왕궁 부근에 있다고 하여 ‘황촌’이란 명칭과 동경잡기의 6방 중 ‘5(五)’번째 방이란 의미의 합성어다. 경주 주요 관광지와 인접해있고 국도 제4호선과 국도 제7호선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지만 지금은 사라진 옛 경주역의 굴다리 건너편에 있기에 미처 개발이 안 되고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100년 된 일본 철도관사, 적산가옥 등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황오동에 최근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생겨 화제다. 5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연 독채 한옥스테이, 소여정이 그 주인공이다. 주간인물은 옛것을 살려 새로움을 더한 이색 공간으로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승민 대표를 만났다. _박미희 기자

 

청명한 푸른 하늘이 보이는 길, 한적한 황오동 마을 길을 따라 골목에 들어서면 의외의 곳에 보물 같은 소여정[小餘情]이 있다. 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현관 겸 거실을 지나 자쿠지를 거쳐 침실로 향하는 여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고급스러운 무채색의 모던 한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잔잔한 음악, 그윽한 향, 따스한 공기가 안락하다. 지금까지 길과 다른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곳, 소여정을 만든 정승민 대표는 타고난 재주꾼이다. 고향인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건국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해 첫 사회생활까지 10년간 서울 생활을 했다. 2012년, 경주로 이직한 후 지금까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 경주 황오동에 소여정을 열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건축과 다른 길을 걸었지만 언제나 그는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열망이 컸다. 


“10년간 서울 생활을 하고 고향인 경주로 내려와 너무 좋았어요. 직장을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안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다른 분야로 진출해 사회생활을 했지만 늘 마음속에는 건축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경주는 그에게 특별한 곳이다. 인근에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황오동에 대한 추억이 많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많은 곳을 두고 이곳, 황오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5~60년 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길에서 그는 뛰어난 심미안으로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원래 이 집은 50년 된 한옥이었어요. 오랫동안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다 돌아가셔서 자제분들에게 물려주셨는데, 집이 너무 낡아 살지 못하고 버려둔 폐허처럼 되어 있었죠. 낡은 기와와 색바랜 담장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지만 아담한 기역(ㄱ) 자 모양의 한옥 구조가 너무 예뻤어요.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골목에 낡은 한옥을 사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걱정도 많았지만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공간을 만든다면 분명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낡은 한옥을 허물고 새로 신축을 한다면 차라리 건축비가 적게 들었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옛것을 살려 새로움을 더한다면 보다 멋스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례적으로 설계비를 내고 건축사에게 리모델링 작업을 의뢰했다. 부부 건축사인, 홍정희·고정석 스테이 아키텍츠 소장과 1년여의 작업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건축에 대한 열망이 컸던 만큼, 작품에 담고자 했던 건축주의 의도는 뚜렷했다. 전체적인 테마와 컨셉을 정하는 일부터 작은 소품을 구하는 일까지…. 모두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일반적인 한옥과 그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고급스러운 무채색에 한국적인 미를 더한 공간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공간미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한옥 건축은 대게 화이트톤의 밝은 느낌이 많잖아요. 이와 대비되게 고급스럽고 묵직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채도가 낮은 무채색을 메인 컬러로 곳곳에 천연 대리석을 써서 특유의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나무 문틀과 창호지, 한지 커튼, 추포(천연소재 섬유)블라인드, 소창 수건 등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고요. 원래 집이 1970년대 도심지에 지어진 보급형 주택이라 한옥구조를 따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일본 목구조와 유사했어요. 그래서 한옥의 미를 살리기 위해 새로 기와를 올리고 자연목으로 대들보를 만들었어요. 마당의 풍경과 밝은 채광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넓은 창을 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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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소여정에서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이곳을 그리워한다. 북적이는 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경주의 멋과 낭만, 한옥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쿠지, 빔프로젝터, 파이어핏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함을 추구했죠. 처음 공간을 인식하는 것은 시각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후각의 영향도 커요. 그래서 직접 조향사에게 의뢰해 이 공간에 어울리는 향을 만들었어요. 스피커에서 울리는 잔잔한 음악과 그윽한 향, 나무 문살 창호지에 비치는 은은한 달빛까지…. 경주의 멋과 낭만을 오롯이 느끼셨으면 해요.” 


재주꾼인 정승민 대표는 옛것에 새로움을 더해 새로운 명소를 만들며 활력을 잃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100년 된 일본철도관사를 비롯해 오래된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서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황오동은 오랜 경주의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골목입니다. 옛것의 아름다움에 새로움을 더해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좋은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청년 사업가들과 함께 황오동만의 색다른 골목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1154]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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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무채색, 한국의 미(美)를 더한 공간, 황오동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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