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올해 초 취임한 경북농업기술원 최기연 원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라는 그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꾸준히 내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1980년 선산군 농촌지도소 (현 구미시농업기술센터)에서 공직을 시작해 1994년 경북농촌진흥원을 비롯해 40여 년간 구미, 의성, 청송 등에서 근무하며 현장 중심의 농촌진흥사업을 두루 거친 최 원장. 그를 만나기 위해 대구에 위치한 경북농업기술원을 찾았다. _박정호 기자


Q. 40여 년 공직 생활을 되돌아 보신다면. 

1980년도부터 제 공직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에 발을 들였습니다. 저는 배우고 싶은 의지가 상당히 강했기 때문에 공직생활 중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통해 상당한 양의 공부를 병행하며 지식을 쌓아나갔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농업기술원장으로서 박사 학위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차마 도전을 못했습니다(웃음). 이제 제 본분을 다해가니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2002년 글로벌시대가 도래하며 외국어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원에 영어 잘하는 박사들은 많았지만 중국어 공부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당시 WTO 관계도 있고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었어요. 아쉽게도 해외연수 갈 기회도 한번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급여를 포기하고 1년을 휴직하여 중국에 공부를 하러갔습니다. 산둥성의 배농장에도 가보고 두루두루 현장을 둘러봤지요. 중국에서 기차를 탄 시간만 600시간이 넘습니다. 많은 농업현장을 방문하면서 정신적 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스스로 업데이트 시키지 않으면 안되겠다 하는 위기감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후에 좋은 기회로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제 스스로의 다짐으로 하루 4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일했습니다. 공직 생활동안 청송사과 명품화 및 농산물 가공 6차 산업화, 포항 산딸기, 상주 햇 순나물 등 지역 특화작목 육성, 전국 최대 탑프루트 생산단지 육성, 전국 최초 무인헬기 병해충 119 방제단 설립, 아프리카 세네갈, 나이지리아 벼농사 기계화단지 조성 등 성공리에 추진하여 아프리카 기아해결에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못자리 실패 예방을 위해 벼 출아기 개발, 탄소 발열재 개발, 앞마당 육묘기 개발, 특허도 10여종 냈지요. 고추칼라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고추 다단식 육묘기술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아이디어가 끊이질 않아요.(웃음)

Q. 성주 참외 고설‧양액재배 스마트팜 기술개발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성주군에 2세 농업경영인들이 대략 200분 정도 됩니다. 다른 시‧군이 20~30명 정도라면 성주군은 그의 10배정도 되는 셈이죠. “도시에서 왜 돌아왔냐” 물어보면 “참외 소득이 상당하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청년들이 취업을 생각하다가 부모님들께서 농사를 권유하셔서 시작하게 되는데, 꽤 괜찮은 일종의 창업입니다. 그런데 돌아온 청년들이 딸기농사를 시작하더라구요. “성주에 돌아오면 참외를 해야지 딸기를 하냐”하니 “참외는 해보니까 너무 힘듭니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주신다면 참외에 한번 발을 들여보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지난해 경상북도의 참외 수입이 5,700억 정도 됩니다. 참외가 수익성은 좋지만 농사 짓는 것 자체가 힘들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고소득 작목이지만 쪼그려 앉아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악성 노동으로 성주 군민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들 앓고 계세요.
참외를 딸기처럼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지난해 5월 쯤 참외를 서서 하는 프로젝트를 해보자 다짐했죠. 참외로 스마트팜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 많이 했습니다. 평소 흙 속에 있는 참외를 키우면 유해균이 생기기 때문에 매년 흙을 객토를 하거나 뜨거운 물을 대서 병균을 소독하기도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딸기처럼 참외를 양액으로 재배해보자 하는 마음에 연구에 착수했고 한 넝쿨에 4개에서 8개까지 증가시켰습니다. 생육기간을 2∼3개월 연장해 수량은 30% 증수가 가능하고 상품성도 높아진 것이지요. 또한 무가온 재배가 가능하도록 해 시설비와 경영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방충망으로 지면에서 띄워놓고 재배를 하기 때문에 병충해도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려면 첫 번째는 양액재배가 전제로 이뤄져야 합니다. 수확까지 해결하기 위해선 로봇이 나와야 하구요(웃음). 하지만 수확 이외에는 스마트팜으로 대부분 운영이 가능합니다. 기계식으로 운영이 될 때까지 기술 개선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참외형 스마트팜 재배기술’은 성주를 중심으로 칠곡, 고령, 김천 등 지역의 특화 고소득 작목인 참외를 딸기처럼 서서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개발된 재배기술이다. 이는 양액재배 기술을 바탕으로 고설베드(high bed) 재배 기술을 융합해 1세대 스마트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기술 방식으로 국내에서 첫 개발 되었다.

Q. 아프리카에도 9번이나 다녀오셨다던데. 

에티오피아에 강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찾아가는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감자를 재배하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네갈에서는 대통령의 요청으로 '코리아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기아를 해결하고자 단장으로 참여했습니다. 사전답사를 포함해 아프리카에만 9번을 갔습니다. 세네갈에 프로젝트 시범단지를 10헥타르 규모로 만들고 2.6배 수량을 올리고 왔습니다. 한국기술을 보급하고 왔다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요청이 있었습니다. 국가가 아닌 기업체 단위로 식량난 해결요청이 들어왔어요. 작년 3월에 현지답사를 가고 10월 달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기계도 가져가고 준비를 끝냈지만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어요. 지금 아프리카는 식량을 자급자족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2모작, 세네갈은 3모작까지 가능합니다. 용수가 있는데 사용을 못하고 있어요.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도와주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 근면, 자조, 협동, 새벽부터 농지에 나가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이것이 한국인이다. 벼농사 시범계획을 통해서 새마을운동 정신까지 알려준 셈이지요(웃음).

Q. 귀농인들을 위한 정책들을 소개해 주신다면.

농촌으로 청년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일반 직장에서 연봉 한 4~5천만원을 버는 사람은 상당히 찾기 어렵습니다. 농촌에서는 대부분 그만큼의 연봉을 받을 순 있지만 땅 구입이 전제가 됩니다. 막상 땅을 구입 하려고 하면 4~5억원의 창업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귀농에 대한 정책과 복지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지방소멸 극복과 귀농인을 위해 의성군 안계면 시안리 일대에 스마트팜 창업교육장을 조성하고 '스마트팜 인큐베이팅' 사업을 벌일 예정입니다. 38퍼센트 이상의 고령화, 지방소멸위험지수 공동1위 선정에 따른 위기극복 방안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소득 작목 딸기에 대한 스마트팜 조성, 단계별 맞춤형 교육 실시, 50%의 창업자금도 지급이 되어 창업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겁니다. 작년 4월에서 지금까지 1기 교육생 50명이 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는 32명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1기 교육생 조기 창업지원을 통해 8명이 마을 인근 지역에 창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 2기생 33명을 향후 2년간 기본교육과 실습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본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이 창업할 농지구입, 스마트팜 설치시 자부담금(약 2억원정도)를 도와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입교 시 부모님들을 함께 모서서 사업설명을 드리고 현장 투어를 통해 교육생과 부모님들이 한마음이 되어 본사업을 이해하고 창업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교를 하면 농업기술원에서 2개월간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의성 스마트팜 현지에서 1~2년간 현장실습 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 이수자 중 창업 희망 시 창업지원을 하게 됩니다. 창업은 농지구입 등 조건이 갖추어지면 사업비 3억5천만원 중 1억5천만원은 보조해 주고 2억원은 자부담을 하거나 10년 융자를 통해 지원해 줍니다.

낙후된 농촌에 첨단 스마트팜 조성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청년농업인 유입 및 창업희망농가 현장교육장 활용, 예술인, 농기업도 들어와서 함께 호환하면서 운영을 할 계획입니다. 사실 개인시간이 없을까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부의 스마트팜 장치가 잘 되어있어 개인적인 생활을 보내며 스마트폰을 통해 농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도 점점 다가오고 있고 현재 어느정도 시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전체 교육 인원의 50% 정착이 목표입니다. 작년 50명 입교 후 1년동안 32명이 수료, 8명이 창업한 결과가 있다보니 이번 교육은 지원자가 많습니다. 탄력적으로 수용인원을 늘려야 합니다. 한 명당 한달에 200만원씩 들어가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정부차원에선 100퍼센트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시행단계에서 더뎌지는 경향이 있어요. 농업에 대해 이탈률이 높은 이유는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점도 생각을 해주셔야 더 나아질 겁니다.
전체적인 사업량에 있어선 첨단 스마트팜 온실 5동 2.6헥타르로 선별출하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 113억원, 온실 신축 73억, 선별출하시설 등 40억, 부지매입 3.9헥타르 군비24억 별도부담 밎 지원 등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인간 '최기연'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자기 생각이 큰 재산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1,850명중에 한명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형님께서 농업기술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제일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형님께 ‘스마트팜 창업프로젝트’을 이야기했더니 “옛날에 농사지은 경험이 있었으니 이렇게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었구나.” 하고 많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6살 때 돌아가셔서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형님은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저는 학비를 적게 내고 다닐 수 있는 안동 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포기하고 약 2년간 농사일을 하다가 농촌지도직 공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도 고등학교를 졸업 할 수 있어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합니다. 어머님께서 늘 대학을 못 보내어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휴직하고 유학을 갈 때 모아둔 용돈 200만원을 학비에 보태라고 주셨습니다.

 항상 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몸에 익숙하고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젊은 시절의 역경들이 공직생활과 연결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직 외길을 걸으면서 열정과 ‘하면 뭐라도 이룰 수 있다’라는 신념이 오늘의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1097]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조경도


주간인물(weeklypeople)-박정호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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