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창원시 ‘희망2020 이웃사랑 유공 포상’ 수상자 중 민간인 부문 수상자인 고향죽의 박희선 대표를 만났다. 고향죽의 모든 재료는 북마산 도매 곡류시장에서 박 대표가 직접 공수해 오는 것이다. 18년 동안 매일같이 도와주는 사람 없이 홀로, 120인분의 죽을 만들어 그 중 20여 인분을 이웃들에게 나누면서 살아온 그녀. 어려운 이웃들의 든든한 한 끼를 위해 정성껏 요리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남들은 왜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힘들 때도, 고달플 때도 많았지요. 그런데 오히려 소문을 듣고 몰래 물건을 가져다 놓으시거나, 일부러 팔아주러 오시는 손님들 덕에 힘이 납니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입니다(웃음).” _박정호 기자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박희선 대표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오히려 어쩌면 “지금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며 웃어보이며 ‘희망2020 이웃사랑 유공 표상’ 수상 소감을 전한다.

“시작할 땐 맨바닥에 박치기했다고 할 수 있어요. 가게를 몇 번 차리고 망하고 했어요. 전세 보증금도 다 잃곤 했죠. 네 번째로 이 자리에 왔는데 정말 돈이 없어서 아는 분이 도움을 주셔서 재기했습니다. 여기 온 지가 벌써 3년 째네요.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넉달 전에는 반찬가게 확장도 하며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정말 진심을 담아 봉사하면 하늘도 움직여주고, 아니더라도 뭔가 좋은 움직임이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저희 아이들의 일이 잘 풀리더군요. 그리고 제가 사랑을 베푸니 나쁜 사람이 오지 않아요.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누군가 주워서 가져다줄 정도로 복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들이 반드시 돌아옵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세상을 보는 마음을 고르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집을 운영하니 주로 먹을 걸 많이 내어왔다는 박 대표. 평소에 정기적으로 나누었던 음식 외에도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박스 모으는 분들을 마주하면 포장된 죽을 내어 드린다고.

“허기진 아침에 죽을 데워서 드시라고 담아 드리곤 합니다. 주변에선 이 일대에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십니다(웃음). 길가에서 마주치는 분들 다 불러서 죽을 나눠주곤 했었죠. 가게 주변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라면먹고 김밥먹고 할 바에는 건강한 죽 먹고 지내라며 끓여서 나눠줘요. 죽밖에 줄게 없으니까 호박죽, 소고기야채죽 등 맛있는 죽으로 끓여줍니다. 처음엔 부끄럽다고 안받으려 하면 내 손주가 나중에 너한테 도움 받을지 모른다며 쥐어서 보내주죠. 그렇게 먹인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먹을걸 사러 올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사람들이 그러고도 먹고 사는 게 용하다고 하더라구요. 결국엔 나눠드리는 제가 기분이 좋은 겁니다. 세상이 참 좋구나 하는 마음에 장사가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새벽 3시만 되면 죽을 끓이러 가게에 들어서는 박 대표. 손님이 새벽 4~5시에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고향죽을 찾아 왔는데 손님들이 헛걸음 하시면 기분이 안 좋으니 잠을 조금 더 줄여서라도 일찍 가게를 연다는 그녀의 얼굴에 피로감이 아닌, 만족감이 더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저는 긍정적으로 살아요. 오늘 돈이 없으면 내일 어떻게 생기겠지 하고, 누가 제 껄 훔쳐 가면 그래, 그거 훔쳐 가면 내 것이 좋아서 가져갔겠지 하며 삽니다. 남의 것을 보태서 자기 욕심 채우려 하는 사람은 말로가 비참하기 마련이죠. 제가 힘을 들여 죽을 끓이고 나누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아들이랑 다툰 적도 있었죠. 아들이 가출을 했을 정도로 갈등이 심각했지만, 저는 제가 떼돈을 벌더라도 못 사는 사람들 줄 거라고 할 정도로 단호하게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이젠 제 아들딸도 저와 함께 봉사하고 있어요(웃음). 엄마가 좋은 일 하는데 자식도 따라와야죠. 당연한 겁니다.”


박희선 대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함께하는 동생들

“아직도 꿈이 많다”는 박희선 대표. 지금도 더 큰 규모로 봉사하고 싶다고 한다. 장사를 하며 상해를 입어도 ‘이만큼만 다치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평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 예순 여섯인데 아직까지 30대 같은 마음이에요. 지금처럼 사는게 최고예요. 저는 항상 주변에 제가 돈은 없지만 재산은 많다고 합니다. 사람이 재산입니다. 돈만 있으면 뭐하나요. 사람이 있어야지.”

박 대표는 과거 도움을 많이 준 당시 마산시청의 서윤성 과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죽을 나누어 주고 싶어도 혼자라 쉽지 않았는데, 과장님이 직접 받아서 나눠주셨어요. 쌀이 모자랄 때는 절에 쌀이 많이 들어오는 기간에 절에서 쌀을 얻어 가져다주기도 하셨지요. 서 과장님이 전근 가실 때도 후임한테 인수인계를 해주고 가셨어요. 참 감사한 분입니다. 또 저를 믿고 언제 불러도 나타나 주는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힘들 때도 제 마음을 다독여주며 항상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뭐든지 나눠 줌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해요. 할머니들에게 죽을 드리고 하며 감정으로 무언가 감사를 느낀 것보단 마음이 아플 때가 더 많은 듯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많다 보니 할머니들도 돌아가면서 죽을 받는데 양이 부족할 때가 있으면 급한 할머니 드리라면서 전합니다. 다들 내일 장사 어쩔 거냐고 하는데 장사가 사람보다 중요하겠어요. 좋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동안만 봉사하고 살 겁니다. 아파서 누워 있는 건 안 할거에요. 누구든 열심히 살고 있다면 하늘이 보고 있습니다. 땅도 숨을 쉬고 있고 하늘도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본답니다(웃음).” [1103]


주간인물(weeklypeople)-박정호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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