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속기사는 보이지 않는 음성언어를 개인의 견해 없이 정확하게 문자 언어로 옮겨 적는 직업이다. 현대적 사관,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해주고 과거를 찾아주기도 하며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다시 복구해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간담회, 회의, 녹취록, 의정 회의, 작은 법적 분쟁부터 심지어 유언이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음성을 문자로 기록하기도 한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코어속기사무소의 이동준 소장은 녹취록 작성이 어려운 사투리, 음질이 매우 나쁜 녹음본도 완벽히 복원해 내 의뢰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수입의 일부를 지파운데이션과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나눔까지 실천하고 있는 이 소장.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 소리를 옮겨 담는 이동준 소장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_박정호 기자


Q.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보람이 되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사람마다 보람을 느끼는 기준이 다르잖아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줬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직업 같았습니다. 속기사의 업무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을때 더욱 확신이 들었죠. 손을 쓰는 일에도 자신이 있었고 디테일하고 정밀한 업무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마음 아픈 사건들의 녹취록을 작성할 때는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이 잘 해결되어 웃으며 사무실을 나가시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Q. 유일하게 실기만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입니다. 과정은 어떠셨나요.


물론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다고 느꼈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으로 갔죠.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 너무 긴장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첫 시험은 아무 기억도 없이 끝났어요(웃음). 그때 느꼈습니다. 이 시험은 멘탈싸움이구나. 그 후로 멘탈 훈련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소음이 많은 카페라던지, 사람이 많은 곳 등등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통신수단의 발달로 녹취록의 수요 자체가 증가하고 녹음 기능이 좋아져서 작업하기 수월해졌습니다. 그로인해 녹취록의 범위도 다양해져 이혼소송 학교폭력 등의 사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속기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국회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속기공무원을 목표로 시작합니다.
저도 관공서에서 경험을 쌓고 대구 소재의 속기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의 소장님이 본인의 직업에 대한 철학이 굉장히 뚜렷하신 분이었습니다. 잠도 안무주시면서 녹취록을 작성하곤 하셨죠. 녹취록은 딱 한 글자만으로도 인생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그 한 글자로 인해 밤을 새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된 속기사의 모습을 봤고 ‘저도 저렇게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Q. AI속기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공지능이 나오면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이 속기사라는 말도 있더라구요(웃음). 하지만 사람의 말이 너무나 다양한 억양과 발음이다보니 쉽지 않을 겁니다. 아주 먼 미래가 될 수는 있겠지요. 지금 속기사 들은 말더듬는 것까지 다 기록을 합니다. 매우 정교한 작업이에요.

Q. 속기사의 삶은 어떻습니까?


속기사는 빼지도 않고 넣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옮기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창의 력이 좀 부족한 편입니다. 그동안의 저의 큰 단점이었는데 속기사로서는 엄청난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쓰게 되어요. (웃음)
속기사는 집중력, 순발력, 맞춤법, 문법에 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컴퓨터 및 장비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시간의 회의에서는 체력과 지구력도 필요로 합니다.
"아는만큼 들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는 말은 안들리거나 다르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속기사는 모든 분야에 대해 끝없이 공부하고 연습하고 복습해야 합니다.속기사는 당연히 기술전문직인 만큼 피지컬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분야에서의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위가 없는 공부를 해야 하죠. 항상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Q. 코어속기사무소가 가지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를 찾아주시는 의뢰인 분들은 제가 젊은 속기사인 점을 좋게 봐주시더라구요. 대부분의 녹취록을 처음 의뢰하시는 분들은 녹취록 제작과정을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시는데요.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녹음파일을 주고 받거나 검수 과정을 간소화 시켜서 의뢰인들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시켜드릴 수 있는 것이 저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


의뢰인들과 조금 더 공감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사무실에 오셔서 얘기 들어드리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나면 의뢰인의 표정이 훨씬 편안해지십니다. 속기사무소는 막연하게 보면 재밌어 보인다고 해요. ‘말을 그대로 받아 정리하는게 뭐가 어렵냐’라고 하는데 책임감이 상당히 강한 직업입니다. 압박감이 클 때도 있구요. 일 자체가 쉽다고 할 수는 없죠. 앞으로 주어진 대로 살아갈 계획입니다. 솔직함을 가득 담아서 살아야죠.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속기사로서의 삶도 꽤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제가 맡은 바 솔직하게 임하겠습니다. [1104]

주간인물(weeklypeople)-박정호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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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매력적인 전문직, 속기사 “신속하고 정확한 작업은 기본, 의뢰인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정직한 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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