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생활불교로 널리 알려진 법안 스님(안심정사 회주). 그는 <운명을 바꾼 사람들>, <걱정 말고 기도하라>, <법안스님과 함께 하는 불교 교리>, <생활법문> 등의 책을 출판한 한국불교태고종(韓國佛敎太古宗)의 학승이다. 현재 법안스님은 전국적으로 6개 도량 (부산, 논산, 대구, 서울, 창원, 제주)을 오가며 자비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백미 기탁, 봉사활동 등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 대한민국이 한국불교태고종(이하 태고종)으로부터 올바른 ‘불교’를 행하기를 바라는 법안 스님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_박정호 기자


“나랑 같은 시대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렵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수도승이나 교화승은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교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 종교든 자비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며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 그 수많은 자비의 실천 중에서 전국에 위치한 안심정사에 대한 이야기로 긴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네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불자들이 오면 신앙심을 갖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게 기도 의식이에요.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해요, 여기 신도들이 오면 기도를 하잖아요. 수도승이 독경염불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이유가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해서 일정한 틀의 법회, 즉 의식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함께해 신앙심을 통해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도움을 줍니다. 두 번째는 교리학습입니다. 불교라는 종교가 부처님의 가르침이잖아요. 그 가르침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신자가 문제가 생기면 그에 따른 답을 줘야 하잖아요. ‘스님 괴롭습니다’라고 하면 ‘부처님께선 이런 상황에 이런 괴로움이 생긴다고 하십니다’라며 교리 학습을 시켜줍니다. 세 번째 신앙상담입니다. 1:1로 신도들을 만나 상담을 해줘야합니다. 1000명씩 두고 강의하면 다 알아듣는 것 같아도 사실은 알아듣는 게 끝이 아니에요. 내일 시험을 본다고 하면  상담을 하며 일러줍니다. 네 번째는 자원봉사입니다. 전국 군법당에 8~90% 초코파이 초코바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신병교육대에도 들어가죠. 한 달에 2000만원씩 베풀고 있습니다. 또 각 6개 지자체에 쌀이 매년 120톤씩 들어갑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심정사의 손이 닿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기도법회, 교리학습, 신앙상담, 사회봉사 네 가지 큰 맥락으로 불교를 행하고 있습니다.”

‘불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이전에 태고종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도 ‘대승, 보살, 교화 이 세 가지’라며 유창한 달변을 이어갔다. “‘대승'은 모두가 극락을 가자는 것, ‘보살’이라고 하는 것은 ‘상구보리하와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 보리, 즉 부처님 말씀을 배우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행복해지고 성공하는 불교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 그게 바로 보살과 교화입니다. 그래서 대승, 보살, 교화 이 세 가지입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불교’란 무엇일까.
“불교라는 종교는 저 하늘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지장보살님처럼 지옥에 직접 들어가 같이 지옥에서 사는 것입니다. 불난 집에 들어가 번뇌 속에서 중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이 태고종의 정체성이죠. 그래서 결혼도 허락이 됩니다. 지금까지 역대 부처님이 다 결혼을 하셨고 아드님이 다 있었죠. 단순히 독경, 수행만 하는 게 아니고 세속을 겪어내며 불자들을 구원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결혼을 해봐야 불자들의 부부사이의 번뇌를 보살필 수 있습니다. 아들에 대한 집착, 가정사에 대한 모든 문제를 겪으며 해결해야 부처가 될 수 있고 보살들을 교화할 수 있습니다. ‘스님이 가정에 대해 어떻게 아시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결혼해봐서 잘 알아요’라고 답변해줍니다(웃음). 신도가 궁금해 하는 것에 답을 주지 못한다면 누가 나를 찾아오겠습니까?”

“태고종은 선종이지만 염불로 교화를 합니다. 조상천도나 방생을 통해 아픔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죠.”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안심정사 1432년 효령대군이 지낸 이후 최초 ‘한강 수륙재’를 통해 호국영령과 무주고혼 등을 위문했다. 500여 년 만의 수륙재를 안심정사가 어떻게 이뤄냈을까? “처음엔 반대가 많았습니다. 어느 종단도 사찰도 한강에서 수륙재를 할 수 없었죠. 그걸 안심정사가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어요. 종교행사가 안된다고 하니 저는 수륙재 명칭을 ‘영산재(문화축제)’라고 칭하기로 했죠. 그러니 반대할 명분이 없게 되었습니다(웃음). 개신교 신자였던 당시 공원사업소장은 나중에는 수륙재가 연례행사가 될 수 있도록 도움도 주셨습니다. 한강에서 수륙재를 하고 나니 전국 어디서도 수륙재를 봉행할 수 있게 됐죠. ‘한강에서도 했는데 왜 안되냐’면서 한강 수륙재 자료를 보여주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회마다 1억 이상 삼보정재가 들어가지만 행사를 마치면 1억 이상이 다시 보시로 들어옵니다. 제주도 수륙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베풀면 그만큼 돌아옵니다. 폭리를 취해서도, 취하려고 해서도 안되요. 그저 베풀기만 하면 됩니다.”

대중포교인 ‘생활법문, 기초교리’를 중심으로 불교 전파에 큰 획을 그은 법안스님. 이에 그치지 않고 군부대에 ‘부처님 말씀’이라는 소책자를 매년 6만권 ~ 12만권 기증해 현재까지 54만권을 보냈다. 젊은이들에게 불교를 전하기 위해서 만화로 경전을 만들기도 한 법안스님은 포교에 있어서 선을 정해두지 않는다. “부산의 지자체장분들 중에 불교신자가 많이 계십니다. 리더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자 양성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불교계와 안심정사가 돕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이자 지도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고자 합니다.”

“과거, 절도 없이 작은 골방에서 지내며 한국불교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진정 불교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대부분이었죠. 국민들의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서 아주 많이 노력했습니다. 당시 불자들은 ‘마음 비워야하고 사회에서 희생하고 양보해야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제가 불자들한테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어요.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번뇌망상’을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하고 하는 악한 마음이죠. 반면에 희망 용기 의욕을 버리라고 한 적은 없어요. 나쁜 것들을 버려야지 모든 마음을 다 버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게 아니고 불교로 돌아가자며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설득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태고종 중이 빨간 가사 두르고 방송에 나왔다’라며 면전에다 비속어를 하는 등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하루는 절에 직접 찾아와 분노를 쏟아내는 한 신자에게 법안스님은 당당하게 일침을 놓기에 이르렀다.

“‘번뇌 일으키지 마라. 내가 너를 아는데 과거 나는 예비고사에서 최상위 분야였다. 너와 레벨이 달라, 나는 한 고등학교에서 IQ가 제일 높은 사람이었다. 내가 태고종 중으로 빨간 가사 두르고 있지만 교리와 학문적 불교 공부도 다 마쳤다. 너랑은 수준이 다르다’라고 일침을 놓았죠. 그러니 조금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뜨더군요. 반면에 제가 학문적으로 지식을 갖췄더라도 명확히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불자들에게 모른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웃음).”



안심정사에 쌀을 가져다 놓으라고 한 적이 없지만 지금도 안심정사 논산 본찰에는 1주일마다 쌀이 1000kg씩 쌓인다. 신자들의 돈독한 신뢰가 스님에게는 큰 선물이라고.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매 끼니 한 그릇 흰죽만 먹으며 밖에서는 음식을 안 먹습니다. 술, 고기, 오신채는 입에 대지도 않아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엔 밥 한 그릇을 물에 말아서 한 끼 식사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뜻만 있다면 이룰 수 있습니다. 계율을 잘 지키고 늘 기도하고 수행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어요. 본래 제 사주는 무재, 무관 사주였습니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연구하며 자기계발서를 100여 권 읽었죠. 결국엔 마음먹기 달렸다는 이야기, 곧 불교의 심법과 이어지는 말인 겁니다. ‘이 쉬운 일을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소원표, 기도표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누구나 내게 오면 내가 아낌없이 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소원했습니다. 무재, 무관 사주인 제가 부처님 품에서 안심정사를 일구고 여기저기 베풀면서 삽니다. 환경은 누구 편이 아닙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하면 내 편이 되고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 편이 아닌 것이 되는 겁니다. 이렇듯 불교는 심법 입니다. 생각을 통해서 내 환경과 운명을 바꾸는 종교죠. 생각을 바꾸면 잘될거에요. 빠르거나 더딘 차이만 있을 뿐이죠.”

“불교의 문제점은 불교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교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쪽으로 돌아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웃음). 절대로 신도들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베풀면 돌아온다. 베푸는 게 사람들 마음을 열기 쉽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저 베풀기만 하면 됩니다. 베풀면 그만큼 그 이상이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안심정사를 200곳으로 늘여 더 많은 신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스님은 “절은 많은데 스님이 없다. 안심정사를 새로 열고 보낼 상좌가 없다”라며 태고종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루빨리 ‘바른 불교’로 돌아가야한다는 그의 의지가 어려운 시기, 큰 위로가 된다. [1108]

주간인물(weeklypeople)-박정호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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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돼! 할 수 있어!’ 진정한 ‘불교’를 행하며 자비를 베푸는 곳, 안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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