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 고전문학인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sant) 소설을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염원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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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과 행복은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각자의 삶과 가치를 존중하며,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간의 지지와 희생을 요하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인 것이다. 


 지난 6월 8일, ‘연극으로 세상 읽기’란 주제로 열린 인문학 특강에서 “연극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계속하는 작업”이라고 말한 송현옥 교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본질은 시대를 초월하여 삶의 큰 의미”라는 그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연극연출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전문학인 모파상 소설을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염원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에게 영감과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 그와 기분 좋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_우호경 취재본부장, 주정아 기자

 

 

서울시장 오세훈의 아내가 아닌, 

교수이자 연출가 ‘송현옥’으로

 


서울시의 새로운 수장이 오세훈 당선인으로 바뀐 4월 7일, 그 곁에는 36년 동안 함께한 동갑내기인 아내 송현옥(60) 교수가 있었다. 고교 시절, 오 시장과 처음 만나 같은 대학을 졸업하였고 스물네 살에 부부의 연을 맺어 오 시장이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힘들고 험난한 시간을 함께 겪어왔다.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 그리고 변호사 시절부터 주목받아온 오 시장과 세련된 외모와 당당함이 넘치는 송 교수는 멋진 파트너로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30대 청년 변호사 시절부터 이미 유명했던 오 시장이었기에 ‘오세훈의 아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왔던 송 교수,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촘촘히 경력을 쌓아왔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한 후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가며 지금까지도 자신만의 학문적인 토대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써오고 있다. 


대한민국 철조 조각의 1세대 작가로 알려진 송영수 작가의 맏딸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송 교수는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자립심이 강해 대학 시절부터 과외나 번역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의 생활비를 벌 정도였다고.


“어릴 적부터 제가 좋아하는 것은 꼭 해봐야 하는 도전적인 아이였었나봐요. 특히 연극과는 인연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영어 연극반에서 배우로 활동했었고 성당에서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면서 동네 아이들과 성극을 제작해 공연하기도 했었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영국드라마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도 연극평론을 계속했는데, 결국 직접 참여하고 싶어 연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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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계속하는 작업

 


그는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영화와 연극 평론가로서 명성을 얻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극에 심취하게 되어 연출가로 전향한 송 교수, 고전 작품을 각색하여 창의적인 해석을 더 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2005년에 설립한 극단 '물결'을 통해 지금까지 1~2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햄릿, 여자의 아들(2014), ‘인형의 집(2016)’, ‘밑바닥에서(2018)’, ‘의자 고치는 여인(2020)’, ‘오델로 (2020)’ 등이 제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어요. 특히 막심 고리키의 원작인 ‘밑바닥에서’는 2019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개최된 제9회 막심 고리키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초청되며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또한,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sant)의 원작인 ‘의자 고치는 여인’은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인 ‘공연예술 창작산실’에 선정되어 작품이 제작되었고, 감사하게도 작품의 공연 장면은 2020년 3월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송 교수의 작품은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 연극이 주를 이룬다. 그녀는 ‘햄릿’, ‘인형의 집’ 등 잘 알려진 고전 작품들도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켜낸다. 단순히 대사와 몸짓뿐만 아니라 무용과 오페라 등 비언어적 요소를 가미하며, 장면을 이미지적으로 그리는 스타일로 연극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극’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2020년에 공연한 ‘의자 고치는 여인’은 관객 참여를 하나의 연극 장치로 활용한 새로운 시도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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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연극<의자 고치는 여인>은 고전 모파상의 소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그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으로 현대인의 존재를 의미하는 오브제 의자에 배우들과 관객을 참여시킨다.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관객 참여형 연극인 셈.

“이 세상에서 제가 본 남자는 그 사람뿐이었어요.” 이 여인의 삶은 숭고한 사랑인가, 어리석은 집착인가? 라는 질문으로 한 여인의 삶을 두고 펼쳐지는 사유의 장이다.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송 교수의 얼굴에는 설렘과 열정이 가득했다. 연극 연출을 직업 이상으로 생각하는 천성적인 예술가였다. 하지만 작업에 항상 즐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올해는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극복해야 했고, 공연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밤을 새우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으며 열정을 쏟아내야 했다”며 웃어 보였다.

“작품이 잘되든 못되든 작품 하나하나 자식 같아서 제겐 너무 소중해요. 창작이라는 것이 연출가가 가진 사고와 감정, 상상력을 모두 쏟아붓는 작업이다 보니 하나를 끝내고 나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내게 창작의 샘물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르며 어느새 작품을 구상하는 저를 발견하죠. 그렇게 극단 물결을 20년 동안 이끌어왔네요(웃음).”


송 교수는 환갑에 이르러 인생의 절정을 맞이한 듯 보였다. 교수와 연출가라는 직업을 유지하며 20년 넘게 전문직 여성으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비결을 질문하자 그는 “이 세상에 슈퍼 맘은 없다. 슈퍼패밀리가 있을 뿐”이라며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언제나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준 남편과 자녀들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송 교수지만, 왠지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루고픈 목표나 꿈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저는 어떤 욕망을 가질 때가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저 모든 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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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직업을 가진 여성이 정치인의 아내로서 활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송 교수는 더욱 특별하다. 그는 정치인 남편을 내조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직업적인 경험을 끝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소신이 있었다. 남편의 일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본인의 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먼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3년 후 학교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는 건강도 좀 챙기려구요. 얼마 전부터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웃음)”라고 답하는 송현옥 교수. 


환갑이 지난 나이임에도 여전히 세련된 분위기 그리고 지성미를 겸비한 송 교수,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에 답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1151]


주간인물(weeklypeople)-우호경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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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인터뷰 - 송현옥 세종대학교 교수/ 극단물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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