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커피 시장에서 제3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제1의 물결이 인스턴트 커피, 제2의 물결이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강배전 로스팅 커피라면, 고급 생두를 사용하며 미디엄 로스팅으로 커피 원두 교유의 맛과 향을 추구하는 흐름을 제3의 물결이라 말한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를 주도로 제3의 물결 붐이 일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스타벅스도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거제시 장승포에 위치한 스페셜티 전문점 ROGUE ROASTING LAB(로그로스팅랩) 김상성 대표. 그와 새로운 커피 문화에 대한 이야기에 푹 빠져보았다. _황정욱 기자


인더스트리얼한 빈티지 디자인에 자연친화적이면서 내추럴한 매력의 플랜테리어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멋스럽다. 적재적소에 놓여진 조각상과 명화까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스스로가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는 어느 블로그에 쓰인 글귀가 와닿는 순간이다.
거제에서 외도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면서 들렀다가 반하게 된다는 ‘로그로스팅랩’, 자체 주차장을 갖추고 있는 단독 건물이라 넓은 공간에 여유로운 좌석 배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인테리어나 규모보다도 이 곳이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내 인생의 커피, ‘스페셜티’를 맛볼 수 있기 때문.
ROUGE(밉지않은 악동)이라는 뜻을 가진 로스팅전문점 로그로스팅랩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김상성 대표에게 스페셜티에 대해 물었다. “먼저 저보다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선배님들이 이미 많이 계셔서 조심스럽네요(웃음).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우선 현재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정의하는 사전적 의미를 보면 생두 350g 당 결점두가 5개 이하이며, 테이스팅을 통해 1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커피를 뜻합니다. 산지의 특징이 명확해야 한다 등의 기준도 있지요. 스페셜티 커피는 생두의 품질과 생산지의 지형적 특성, 그리고 개성 있는 풍미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두만 가지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품질이 좋은 생두라도 로스팅과 추출 과정이 잘못되면 소비자에게 온전한 맛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생산자, 로스터, 바리스타,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페셜티를 제조할 때는 단연 커핑이 가장 중요한데요. 커핑(Coffee Cupping)이란 커피의 본질적인 맛 테스트로 커피를 감별하거나 맛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 겁니다. 색상, 맛, 향, 질감, 뒷맛 등의 얻어진 자료를 토대로 커피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평가를 내립니다. 그 후에 질 좋은 생두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정성이 담긴 로스팅과 추출로 각 고객님들마다 개인이 원하는 커피를 제공하지요. 커피 한잔에 로그로스팅랩을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이 각자 원하는 맛을 담아내는게 저의 할 일입니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커피는 과학이 아니고 휴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식후 간단하게 즐기는 커피 한 잔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로그로스팅랩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는 블렌딩(청춘, 백야)두 가지와 한 가지의 싱글오리진으로 구성됐다. 블렌딩이란 특성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하여 새로운 향미를 가진 커피를 창조하는 것으로 로그로스팅랩에선 ‘청춘’과 ‘백야’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청춘’은 노르딕스타일의 약배전 블렌딩으로 생두가 가진 개성과 맛, 향을 끌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배전 블렌딩을 하면 설익은 맛이 나지만 청춘은 과일류의 향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중강배전 블렌딩의 ‘백야‘는 태운맛, 쓴맛은 철저히 배제한 로그만의 로스팅기법을 사용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싱글오리진은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생두를 섞어 블렌딩 한 것과 달리 단일 산지, 단일 품종만으로 로스팅 한 커피다. 매주 산지별 커피가 바뀌며 해당 생두의 특징에 따라 약배전부터 강배전까지 넘나든다. 이외에도 상시 운영 중인 서너가지의 핸드드립 커피도 생두의 특성, 표현하고자 하는 맛과 향에 따라 배전도 및 로스팅 스타일을 달리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처음 원두커피를 접한 건 7년 전이다. 부모님께서 사주신 원두커피를 처음 접한 그는 커피의 쓴맛에 혀를 내둘렀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제 커피 취향은 인스턴트 커피 두 봉지를 작은 종이컵에 진하게 타먹는 것이었어요(웃음). 처음 맛본 원두커피는 정말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에 이것 저것 맛보고 찾아보면서 인스턴트 커피와는 다른 매력을 알게되었습니다.”
“확 불타올랐다가 훅 꺼지는 성격을 가졌지만 커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김 대표. 1구짜리 로터리펌프 에스프레소머신과 코니컬버그라인더를 구매해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원두를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 스페셜티커피의 원두까지 구매해서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직접 로스팅 해볼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죠. 근거는 없었지만 하면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결국 휴대용버너를 열원으로 사용해 손으로 직접 돌려 가며 로스팅 하는 직화식 로스터를 구매한 것이 저의 첫 번째 로스팅입니다. 이후 계속해서 통돌이 로스터로 로스팅과 커핑을 하며 에스프레소와 푸어오버 추출을 하는 취미생활을 계속 해왔어요. 그러다 2015년 로스터리카페의 창업을 생각했고 2016년 로그로스팅랩을 오픈하게 됐죠.” 호기심에 접한 커피에 관심을 가지다가 지금은 스페셜티 전문점의 대표로 성장한 그의 특별한 스토리였다. 그가 처음 커피의 쓴맛에 혀를 내두르고 커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로그로스팅랩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수제 티라미수 케익과 백향과청(패션프루츠) 등 커피는 물론, 커피본연의 맛을 서포트 해주는 디저트 또한 가득한 곳이다. 유기농 밀가루, 유기농 설탕 등을 사용해 건강한 맛을 살렸다. 늘 새로운 시도로 트랜디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김 대표. 그는 올해 연말부터 원두 납품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커피 뿐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연계 사업도 구상 중이다. 느리지만 내실 있고 문화의 작은 일부가 되고 싶다는 ROGUE ROASTING LAB. 머지 않아 거제 대표 카페로 불리지 않을까, 미리 점쳐본다. 



[1050]

주간인물(weeklypeople)-황정욱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상성 ROGUE ROASTING LAB 대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