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최근 환경보호나 자연주의에 대한 관심, 동물 보호, 친환경,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 위한 채식은 물론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채식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증가하며 국내 식품기업들도 하나둘 채식 열풍에 합류, ‘비건’ 버전 메뉴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는 추세. 이러한 가운데 육류와 해산물은 물론 동물에서 유래한 우유, 달걀, 버터도 허용하지 않는 채식주의인 ‘비건(vegan)’ 베이커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주간인물이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특별한 비건 베이커리인 ‘느슨한 베지식탁’을 찾았다. _정효빈 기자



“삶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같아요. 모험하듯 살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더 즐거워지더라고요. 거창한 목표를 두고 ‘저 위치까지 반드시 올라가야지, 꼭 뭔가를 이뤄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늘 적당히 느슨하게 즐기며 살고 있어요. 그래서 상호도 ‘느슨한’ 베지식탁으로 정한 거예요.(웃음)”

느슨하게 올려 묶은 머리, 느슨하게 맨 앞치마, 마주앉은 상대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편안한 미소. ‘느슨한 베지식탁’이라는 상호에도 포함된 ‘느슨함’은 김재원 대표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단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느슨한 베지식탁’은 달걀, 우유, 버터 등 동물에서 유래된 재료와 정제 설탕, 백밀가루를 이용하지 않은 건강한 빵을 만드는 비건 베이커리다.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학창시절부터 늘 위염에 시달렸다는 김 대표. 위를 자극하는 밀가루나 정제 설탕은 그에게 말 그대로 천적이나 다름없었지만, 그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빵을 먹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졸업 이후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미술교육대학원까지 수료했다는 그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고, 여느 자취러들이 그러하듯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기보다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 결국 이러한 식습관 탓에 임신 중 건강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고.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을 통해 채식빵을 접하게 됐고, 그의 건강도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느슨한 베지식탁’은 김 대표와 같이 건강상의 문제를 겪거나, 아토피 등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해 건강한 채식빵을 만들고자 하는 등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안고 찾아오는 특별한 공간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빵을 먹던 분이 채식빵을 처음 드셨을 때 식감이나 향, 맛이 확연히 달라 놀라시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찾으시더라고요. 백밀 대신 쌀가루나 유기농 통밀, 현미 등 곡물가루를 사용하고, 우유 대신에 무가당·무첨가 두유를, 달걀과 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소화도 훨씬 잘 되고 속이 편안하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사업 초반, 온·오프라인 판매 위주의 베이커리 운영을 구상했지만 수강생들을 직접 마주하는 것에 더 큰 재미와 보람을 느낀 김 대표는 최근 클래스 운영에 열중이다. 베이킹 클래스 운영모토 역시 ‘적당히, 느슨하게’다. “물론 베이킹은 계량이 중요하지만 너무 칼처럼 정량을 지켜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재료 하나가 레시피보다 조금 더 들어갔을 때 더욱 맛있는 빵이 되기도 하거든요. 가루 종류는 그대로 계량하되, 액체류나 비정제 원당을 정량보다 추가했을 때 더 부드럽거나 바삭한 식감이 나기도 해요. 무엇이든 새로운 시도들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느슨한 베지식탁은 김해시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세한 클래스 종류와 일정은 느슨한 베지식탁 블로그 https://blog.naver.com/artsunfu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술학도였던 그가 전공을 살려 미술과 베이킹을 접목한 클래스인 ‘아트비건베이킹’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수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는 베이킹 클래스는 단순히 빵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힐링되는 쉼터다. 그를 찾아오는 수강생들로부터 ‘선물 받고 가는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김 대표가 밝게 웃어 보인다.

김재원 대표가 꾸준히 개발해온 특별한 비건 레시피를 배우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데. 그는 비건 베이킹을 배우고 싶지만 직접 스튜디오를 방문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책 출간도 앞두고 있다. “많은 분께 레시피를 알려드리고 채식빵에 대한 선입견도 줄여보고자 기획하게 됐어요. 재료의 양과 조리법만 열거된 딱딱한 책보다는 독자분들과 수다 떨듯 편안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는 책이 되도록 열심히 작업 중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신발 끈을 너무 꽉 조이면 아프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다 풀어버리면 끈에 걸려서 넘어지고요. 적당히 느슨하게 매야 발도 편하고 잘 걸을 수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적당히 느슨하게’ 제 일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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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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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지향 육아맘이 만드는 건강한 비건 베이커리 - 김재원 느슨한 베지식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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