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문화와 예술인의 고장 통영, 명정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통영 경제의 중심지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상권의 중심이 신시가지로 이동하며 낙후되던 명정동이 최근 훌륭한 주민자치 운영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밀착형 사업을 통한 소통과 화합, 서피랑 마을 산책길 조성, 사슴 방목 등 볼거리와 이야기가 가득한 통영시 명정동의 이야기를 주간인물이 담아내보았다. _정효빈 기자



조선전기까지는 두룡포라는 조그마한 포구였던 곳. 왜란으로 나라가 어지럽던 1593년, 제1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 받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며 시작된 통영의 역사. 노량해전을 끝으로 왜란이 종료되며 이후 제6대 통제사가 두룡포에 통제영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 시기부터 통제영의 약칭인 ‘통영’이라는 지명이 붙게 되었다. 통제영이 설치되며 형성된 군사도시 통영은 군사와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물자유통이 활발한 삼남 물류의 중심지였으며, 삼남해운의 교통 요충지로써 상공업과 어업이 크게 발달하게 됐다.

3개의 포루와 6개의 성문이 자리 잡고 있는 통영의 서쪽지역 ‘서피랑’은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다. 풍부한 어자원으로 인해 어업과 상업이 발달했고, 특히 명정동 일대는 80년대 말까지 통영 상권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시군청사의 이전과 신시가지 형성으로 인한 상권이동, 고령인구의 증가로 현재는 소규모의 상권만 유지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구는 감소되고 고령자와 기초수급자 등 사회복지의 수요는 증가하며 동네가 낙후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2011년도에 실시한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는 명정동이 다른 동보다 평균 수명도 낮고, 지역민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기감이 들더군요. ‘다함께 노력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서서히 모아졌습니다.”


명정동을 건강한 동네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건강위원회를 발족해 웃음치료교실, 건강교실 등 건강관리사업을 시작했다는 황동진 위원장. 주민밀착형사업을 통해 침체된 마을에 웃음을 되찾기 위해 ‘웃음이 피어나는 스토리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고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며 힘이 실렸다.
“‘서피랑99계단길 여는 첫걸음 행사’에서 ‘할매몸빼패션쇼’를 진행했습니다. 관광객들의 호응은 물론 명정동 주민들에게도 웃음이 피어오르는 특별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명정동에서는 거리를 지나치는 이라면 누구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인사하는 거리’를 조성해 주기적으로 인사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역민의 소외도가 높고 젊은 세대는 하나 둘 떠나가던 곳이 이제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웃음이 감도는 따뜻한 동네가 된 것. 이와 더불어 지역의 옛 자취들과 서피랑 공원길 조성을 연계해 새로운 관광지로 성장시켜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게 됐다.


서쪽해안의 높은 바위 벼랑이라는 뜻인 서피랑. 서피랑 일원의 재해위험지구인 벼락당은 경사가 심해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골칫덩이였다. 잡초가 우거진 벼락당은 방역이 불가능해 도시 미관을 해쳐 주민들의 원성이 잦았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중 서피랑 일원 서호 벼락당 일대에 목장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
2017년 경사진 벼락당에 시범적으로 염소를 방목해 잡초는 제거하고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이후 명정동 주민의 기탁으로 흰사슴 한 마리와 꽃사슴 한 마리를 방목해 도심 속에 이색 동물이 노니는 서피랑 목장이 조성했다. 주민이 제안하고 참여해 조성된 아름다운 서호벼락당 목장은 통영과 서피랑의 색다른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통제영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쳤던 흔적과 옛 자취가 남아있는 이곳에는 낙후된 동네에 다시금 희망을 쏘아올리려고 하는 명정동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역사대로 받아들이되, 현재는 다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하는 황 위원장을 주축으로 명정동 주민들은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따스하게 풀어내며 동네를 재탄생시켜 나가고 있다.


“서피랑의 명소인 99계단의 그림이 훼손돼 주민참여예산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2015년 완성된 그림이 낡고 훼손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9년 주민참여예산으로 실시되었지요. 서피랑 99계단 리뉴얼 작업은 박경리 작가의 문학을 소재로 한 공모를 통해 선정된 통영미술청년작가회의 ‘나의 살던 고향은’ 작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소설 속의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진 통영풍경을 묘사했으며, 계단길은 박경리 작가의 서재와 집필해 출간한 책을 보여주며 책의 내용과 어록을 표현해 작가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분들이 99계단을 걸어보면서 박경리 작가의 흔적과 작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시길 바라며, 이번 새 단장을 계기로 서피랑이 지역주민들이 더욱 사랑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제가 예순이 조금 넘은 나이인데, 이 동네에선 제가 청년입니다(웃음). 그만큼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이지요. 하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 소통과 화합이 잘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명정동 주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주민자치위원회뿐 아니라 부녀회 등 여러 자생단체에서 언제든 달려가 그분들의 손발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이었던 통영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보여준 황동진 위원장. 지역과 주민을 위해 달려온 그의 밝은 미소처럼 더 밝은 명정동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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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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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통영시명정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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