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천년의 숨결이 깃든 역사의 고장 경주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주인공은 보리심철학관의 정수빈 원장이다. 선진 학자들이 수천 년에 걸쳐 정립한 역술을 토대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통계적으로 따지는 일. 정 원장은 자신을 “사람의 목숨을 구하여 살린다는 뜻인 ‘활인(活人)업’ 종사자”라 소개했다. 명리학을 통해 인생의 큰 흐름을 읽고 새옹지마를 앞서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그가 가진 자부심이 타당하게 느껴진다. _정효빈 기자

정수빈 원장이 명리학을 배우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운명적이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부터 다른 이들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기이한 일들을 경험해 온 정 원장.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험한 꿈을 수시로 꿨으며, 죽은 이의 혼이 보이는 것은 물론, 누군가를 만나면 가까운 시일 내에 그 사람에게 닥칠 일들이 저절로 입 밖으로 읊어졌다. 갑자기 닥쳐온 ‘신기’는 학생이었던 그에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큰 괴로움을 안겼고, 정 원장의 어머니는 어린 그를 낫게 하려고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20대가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신기에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종교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방문하게 된 한 철학관. 그는 “‘센 기운’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명리학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듣게 된다. 막 꽃송이가 터지려는 스무 살의 나이, 정수빈 원장은 그렇게 처음 명리학을 접하게 됐다.

“앞날이 창창한 시기에 남의 인생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솔직히 그 시절엔 공부가 재미있지도 않았고요. 1년 정도 명리학을 공부하다 결국 손에서 놓아버렸고, 다시 종교에 매달렸어요. 원하지 않는데도 남의 인생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제 머릿속에 상대방의 인생이 전부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되니, 또다시 스님께서 저에게 ‘명리학을 다시 배워보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공부는 또다시 10년이 지난 40대에 쓸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요. 오랜 시간을 걸쳐 돌고 돌아왔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 이렇게 사주를 통해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인생을 살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제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비우는 공간이 해우소라면 배를 채우는 공간은 곳간이죠. 안강선원의 문을 열고 들어와 배가 고픈 분들은 곳간인 저를 찾고, 이미 가득 찬 분들은 해우소인 스님을 찾아가실 거예요. 그리고 이중 무엇을 먼저 하는지도 온전히 본인의 선택입니다.”

불도의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으로써 널리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인 ‘보리심’. 보리심철학관은 경주시 안강읍 안강선원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기도. 그가 안강선원에 자리를 잡게 된 것도 자신의 어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도록 늘 빌어주시는 스님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정수빈 원장에게 안강선원은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사주팔자를 풀어 통변해주는 것만이 아닌, 자신이 얻은 참된 깨달음을 전하고 있는 의미가 깊은 장소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개 무언가 일이 안 풀리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를 앞두고 걱정이 앞서는 분들입니다. 저도 그분들과 다르지 않게, 혹은 그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어왔어요. 그 시기에 스님이 ‘모든 걸 내려놓고 네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찻잔도 계속 들고 있으면 팔이 떨어질 만큼 아프잖아요? 여기서 벗어나는 법은 간단해요. 찻잔을 내려놓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은 이 간단한 깨우침을 알려주고, 내려놓지 못해 힘들고 위기를 겪는 순간이 그분의 인생에 언제 찾아오는지를 미리 알려드리는 거예요.”



정수빈 원장에게 사주란, 어려움을 마주한 이를 수렁에서 건져주고픈 자비심이자 봉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엔 늘 그가 있어 ‘홍반장’이라 불릴 정도였단다. “아프고 병든 이들을 끌고 와 엄마 같은 마음으로 돌보는 것 역시 나의 사주”라 말하며 소탈하게 웃어 보이는 정 원장. 그는 경북사랑의열매 정기 기부, 골프동호회를 통한 기부, 개업 선물로 받은 쌀을 소외된 이웃에게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얼굴 없는 천사’로 수차례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그가 몸담고 있는 안강선원에서도 꾸준히 물품 나눔과 기부, 봉사를 실천하며 ‘비움으로써 다시 채워지는 삶’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이 타고나게 좋은 걸 보면 ‘전생에서 받은 게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애초에 제가 가진 것 중 어느 것도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마음의 곳간’이 가득 차 있으면 늘 베풀게 된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제가 공부하는 학문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의 인생을 수렁에서 건져주고 싶습니다. 마흔세 살이 되던 해에 저에게 문서와 학문을 뜻하는 ‘인성’ 운이 왔어요. 이런 대운이 오면 안 하던 공부도 하게 되는데, 정말 제가 다시 명리학에 파고들고 있더라고요. 타고나게 ‘편인’과 ‘상관’을 지니고 있다 보니 학문에 깊게 빠져 연구하게 됐고, 이렇게 되니 돈이라는 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지금처럼 많은 분들에게 ‘나쁜 운은 미리 대처하면 되고, 좋은 운은 다시 들어오는 것이니 좌절하지 말고 기운 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몸소 얻은 깨달음과 지론을 보리심철학관을 통해 전하고 있는 정수빈 원장. 그는 차후 명리학과 심리학, 불교의 참선과 승무를 가르치는 교육관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원치 않게 얻게 된 ‘신기’ 때문에 자신처럼 인생의 굴곡을 겪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정 원장의 마음이 녹아있다. 교육을 통해 자신과 같은 이들이 ‘점쟁이’로 폄하되는 것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선구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에 닥칠 새옹지마를 미리 알려주는 일기예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밝게 웃어 보이는 정 원장. 오늘도 그는 자신만의 공간에 앉아 누군가의 인생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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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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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숨을 구하여 살리는‘활인(活人)’의 길 “비워야만 다시 채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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