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업이 제시하는 사업모델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업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 잡게 된 것. 이러한 가운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유경제’ 개념이 떠오르며 물품이나 지식, 공간, 경험 등 여분의 자원을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공유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부산공유기업협회는 지역 내 공유기업인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이들 간 활발한 정보공유와 협업을 추진해 복지, 문화, 환경, 교육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출범됐다. _정효빈 기자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부산형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 발굴할 것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이 지정한 공유기업이 최근 자발적으로 부산공유기업협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주간인물이 만난 배병철 초대회장은 건강한 공유기업 생태계 구축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인물. 배 회장은 “부산시 공유기업 및 단체를 위한 정보제공과 협업을 추진하고 공동이익을 위한 규제 완화에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부산 지역의 공유기업들은 정부의 미흡한 지원이나 여러 가지 규제 탓에 활발히 기업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현행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 힘든 부분도 많고요. 이에 대해 ‘이제는 모두가 한데 모여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모여 부산공유기업협회를 발족했습니다. 저희 역시도 그동안 같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공유기업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회원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정보제공을 통해 모두가 좋은 성과를 내고 모자란 부분은 함께 보완해나가려고 합니다.”
유·무형의 자원을 여러 사람이 나누거나 빌려서 사용한다는 공유경제 개념이 최근 국내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방 공유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위한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역을 떠나 공유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 회장은 “부산에서 공유기업을 운영하는 분들로부터 ‘제대로 사업하려면 서울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도권은 공유기업체가 많이 모여 있어서 지방보다 체계적인 면이 있죠. 앞으로는 지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어 공유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산도 부산만이 가진 특색이 있고, 충분히 공유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모티브가 존재해요. 지역토종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것 또한 우리의 숙제입니다. 우선적으로 협회가 고민해 볼 부분은 부산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부산형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발굴하는 것과 사회문제 해결, 사회적 가치 실현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 실현방식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부산공유기업협회는 지정된 공유기업은 물론 예비공유기업들에도 협회의 문을 개방해 정보의 장을 마련하고, 활발한 공유활동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재 참신하고 뜻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기업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업 활동을 통해 많은 혜택과 서비스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시민들께 돌려드리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웃음).”


입주자 간 소통 활발한 ‘살아있는 공간’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 공유오피스의 미래 될 것”


공유오피스는 공유경제의 가장 대표되는 사업으로 건물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눠 입주자에게 사무 공간으로 재임대하는 것을 뜻한다. 배병철 회장이 운영하는 이룸비즈니스센터는 창의적인 업무 공간에서 입주자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최상의 공동업무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룸비즈니스센터가 갖춘 경쟁력 역시 공간 안에 살아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입주 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운영방식이다. 더불어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온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고 싶다는 배 회장의 운영마인드 역시 타 공유오피스와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서나 지역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유오피스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 등 외적인 부분에만 신경 쓴 ‘보여주기식’ 공간에 이용가격만 비싼 곳도 많고요. 공유오피스는 단순히 공간만을 빌려주는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대여만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고, 수익만을 추구해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공간을 빌려주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공유오피스를 하나의 사회로 보고 입주자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공유오피스의 장점 중 하나가 여러 업종 간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한 공간에 입주해 있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소통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공유오피스의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내다보는 남다른 혜안을 가진 배병철 회장은 국내 최초로 포스프린트(POS) 겸용 카드결제단말기를 개발해 특허등록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은 POS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업장조차 많지 않았지만 향후 POS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던 그는 POS본체, POS프린트단말기, 백업용단말기가 따로 구성돼있던 시스템을 하나의 겸용장비로 개발해 장비 추가비용 절약과 가맹점카운터 공간부족을 해소하는 등 국내 카드단말기 시장 전체를 바꿔놓았다. 카드단말결제시스템과 카드결제기기 유지·관리 사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배 회장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을 만나며 그들의 어려운 사정에 깊게 공감하게 됐고, 그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며 공유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유오피스의 가능성을 본 배병철 회장은 스터디카페 운영 경험과 다년간의 공유비즈니스 연수를 거쳐 이룸비즈니스센터를 개관했다.
‘한국형 공유오피스’를 추구하는 이룸비즈니스센터는 현재 입주율 90%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배병철 회장은 공유오피스 이용을 원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1인 사업자, 스타트업, 프리랜서임을 고려해 합리적인 이용대금과 업무환경,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나섰다. 이룸비즈니스센터는 수영구청이 진행하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인 ‘수영구 창업둥지’를 통해 청년창업가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형 공유오피스’는 운영자와 입주자 간 소통을 통해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업종의 사업가들과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경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현재 이룸비즈니스센터 안에는 16개 업체의 청년사업자분들이 입주해있는데요, 서로 돕고 고민은 함께 나누다보니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진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청년기부터 사업을 해오면서 굴곡도 참 많았습니다. 입주자분들을 볼 때면 젊은 시절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인지 이것저것 돕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업 컨설팅은 물론 자식 대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반대로 이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잊고 있던 신선한 창업 아이템을 다시 떠올리기도 합니다(웃음). 앞으로도 지역 내에 유휴공간을 보유한 분들과 뜻이 맞는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좋은 일들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글로벌 공유경제 기업이 연일 실적 악화로 휘청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공유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배병철 회장은 “공유 안의 공유가 존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공유오피스를 예로 들면, 공유공간을 운영하는 분들께서 단순 임대업이 아니라 입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유사업은 앞으로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우려와 논란 속 인터넷과 소셜, 경제 불황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 자원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정한 지식과 경험의 공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 부산시 공유기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배병철 회장과 부산공유기업협회. 부산시의 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그들의 힘찬 발걸음을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1086]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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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색 살린 ‘부산형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사회적 가치 실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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