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유헌상 건축사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우연히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의 한 통신회사 사옥을 보고 난 후였다. 건축사사무소 유안이 설계와 시공을 맡은 숨(S:UM)이라는 이름의 사옥은 따스한 햇살을 풍부하게 공간 내부로 끌어들이고, 층계를 오가는 계단 통로 사이엔 나무를 심어 건물 안에서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공간에서 보낼 이들을 위한 배려가 물씬 느껴졌다. 이런 세심하고 따뜻한 설계라니. 햇볕을 쬘 시간이 적은 직장인들에겐 꿈과 같은 공간이 아닐까? 건축은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이라고 했던가. 공간에 머무는 이들의 꿈이 그의 설계 안에 녹아있음을 발견했다. _정효빈 기자



‘안락함과 미학을 공간에 담다’
깊이 있는 소통으로 완성되는 생명력을 품은 공간



건축사사무소 유안은 대구와 경북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설계와 완성도 높은 시공으로 지역 내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건축 스튜디오다. 건축사사무소 유안을 이끄는 유헌상 대표 건축사는 빛의 강조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는 섬세한 설계로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을 창조해내고 있다.

“뭇 사람들은 건축물이 무생물이라고 하지만 저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다고 생각해요. 건물의 전기시설이나 수도, 배수관은 인체에 빗대면 핏줄이나 소화기관과 다를 바 없죠. 사람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생명력을 가진 공간인 만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공간이란 본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규모에 따라 공간이 갖는 성격이 모두 다르고 사람들의 행동과 동선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감을 부여해야 하기에 클라이언트에게 꼭 맞는 공간을 구성하기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유헌상 대표는 어떻게 공간을 설계하고 건축주의 마음을 읽을까? 그는 대지를 둘러싼 환경과 더불어 클라이언트와의 깊이 있는 소통을 설계의 첫 단계로 꼽았고, 그들의 요구를 재구성해 설계에 담아내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이라 말한다.


“건축을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 하나 긋는 것이 더욱 어렵고 신중해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제가 그은 선들이 토대가 되어 좋은 건축물이 완성되면 거주자는 더욱 풍성한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이 건물이 그들의 미래이자 전 재산이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설계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주와의 소통에서 중요한 건 그들의 막연한 요구 속에서 구체성을 캐치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맞춤복을 제작해주는 과정처럼요(웃음). 건물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대지와 주변 환경과의 소통도 중요한데요. 설계 전 여러 번 현장에 가서 건물이 지어질 대지와 환경을 오랜 시간 둘러봅니다. 도심이라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변 경관이 훌륭한 곳이라면 멋진 풍경을 어떻게 공간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요. 매 프로젝트에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이다 보니 고객분들께서도 이 점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건축설계·시공·인테리어 아우르는
통합시스템으로 시너지를 높이다


주택은 주거와 사무, 휴식 등 모든 행동이 일어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띤 공간이다. 유헌상 대표는 “집이라는 공간 설계를 응용해 모든 공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며 주거공간 설계에 흥미를 나타냈다.

“집은 모든 행동이 일어나는 공간이에요. 집 안의 서재가 때로는 사무공간이 되기도, 잘 꾸며진 부엌은 카페가 되기도 하죠. 이렇듯 집 안에서는 다양한 행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목적만을 가진 건축물보다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작고 협소한 공간을 잘 다룰 줄 알면 이를 응용해 더 넓은 공간에 적용할 수 있어요. 각기 다른 목적을 띤 공간이 공존하는 주거공간 설계를 통해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다른 공간에서도 충분히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건축사사무소 유안은 건축 설계와 감리, 시공, 인테리어를 모두 도맡아 설계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완성해내고 있다. 유 대표가 자랑하는 건축사사무소 유안의 경쟁력 역시 건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져 바쁜 클라이언트의 편의를 돕고 건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장을 잘 아는 건축사가 현실감 있는 설계를 할 수 있고, 이것이 곧 불필요한 시공 과정과 추가공사비용을 줄여 클라이언트에게 최대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유헌상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도면을 그리는 단계에서부터 머릿속에 건축물의 이미지가 그려지곤 하는데, 막상 공사에 들어가면 도면과 완전히 다른 건물이 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더라고요. 색감이나 디테일 등 처음 설계 의도가 온전히 반영된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가 일괄적으로 작업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유헌상 대표의 오랜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가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던 시절, 설계 의도에서 현저히 벗어난 건물들이 숱하게 지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껴왔다고. 그는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가 하나 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집을 지어보기로 했다. 유 대표와 그의 아내가 건축주이자 설계사가 되었고, 시공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건축물 하나에 모이는 각기 다른 요구와 입장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하게 됐고, 이는 현재의 운영시스템을 자리잡게 한 밑거름이 됐다.

“건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라이언트분들이 큰 호응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시공사와 인테리어 업체를 따로 선정하고 의견을 조율하려면 또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이셔야 하니까요.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축사는 실제 공사에 착수했을 때 건물이 어떠한 형태로 완성될지 감을 잡기 쉬워집니다. 지휘자 한 명이 오케스트라를 조화롭게 이끌어가듯 건축도 일관된 지휘 아래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까지 마무리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공간이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 양성이 목표
만족도 높은 프로젝트 완수하는 종합건축사사무소로 거듭나고파”



“건물 완공 후 건축주의 얼굴에 피어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처음 저를 찾아왔던 설렘과 기대감에 찬 얼굴과 겹쳐 보일 때, 그 순간의 보람과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완벽한 건축’이란 코드가 잘 맞는 건축주와 건축사가 만나 그들의 코드에 딱 맞는 건물이 완성된다는 의미 아닐까요?(웃음)”

기업의 성공에는 대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경영 혁신, 고집스런 품질 제일주의, 철저한 신용 등이다. 여기에 직원의 성장과 행복을 책임지려는 CEO의 살뜰함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건축사사무소 유안은 치밀한 건축설계와 이를 구현하는 완성도 높은 시공, 인테리어 작업까지 건축에 관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앞선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리게 하기 위한 구성원 전원의 노력은 수많은 업계 경쟁자들보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훈련방식과 전술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플레이어를 한 가지 포지션만 소화하는 선수가 아닌 멀티플레이어가 되도록 훈련시켰죠. 저 역시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분야에 관해서도 지속해서 공부하는 등 현장을 잘 아는 건축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축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방면의 분야에서 저와 함께 내공을 쌓고 성장할 인재들도 언제든 환영입니다(웃음).”

‘종합건축 유안E&C’를 슬로건으로 삼고 향후 건축사사무소 유안을 실력 있는 종합건축사사무소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유헌상 대표. 그는 끝으로 “설계, 감리, 시공, 인테리어 등 각 분야별로 팀을 나누되, 구성원 모두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고 빠른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는 활기찬 조직을 만들어갈 것이며, 구성원과 클라이언트 모두가 행복한 건축사사무소로 거듭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경사진 대지에 층계가 여러 개로 나누어진 사옥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일과 생활 모두 즐거운, 집과 사무실이 결합된 재밌는 공간이 탄생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 국내 건축물이 있는데, 하늘에서 봤을 때 꽃 모양이 연상되는 것이 참 인상 깊더라고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저곳이 전국에서 가장 멋있다’라고 생각되는 건축물을 지어보고 싶습니다(웃음).” [1106]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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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 소통의 건축을 말하다 - 유헌상 건축사사무소 유안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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