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경상남도 남해군에서 처음으로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정재욱 ㈜더푸른나무병원 대표가 최근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성금을 기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나무병원이 있는 남해군 고현면으로 향했다. 수목의 피해를 진단해 치료하는 지역 1호 나무의사로서 올바른 수목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수목진료의 전문성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그와의 만남을 주간인물이 담았다. _정효빈 기자

사람이 아프면 의사를 찾듯, 아픈 나무에게도 이를 치료해줄 의사가 필요하다. (주)더푸른나무병원과 더푸른농약사, 남해미래조경농원을 이끌고 있는 정재욱 대표는 2021년 5월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 아픈 나무를 고치는 나무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생소할 수 있는 이 ‘나무의사 자격증’은 생활권 수목진료에 비전문가의 부적정 약제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목진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올바른 수목치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시행하고 있는 국가전문자격시험이다.

“15년 전부터 나무에 깊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게 됐어요. 나무 밑에 자란 잡초를 죽이려고 농약을 뿌린 적이 있었는데, 잘못 사용한 것인지 새순이 오그라들고 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했었지요. 나무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수소문해보니 가까운 진주시에 나무병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곳에서 진단을 내려주시곤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며 영양제 처방을 해주셨어요. 처방에 따라 돌보았더니 나무가 다시 건강하게 살아났고, 그 일을 계기로 관련 자격증 취득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해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나무의사. 최근 정재욱 대표는 남해군에서 처음으로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마을 전체의 자랑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2021년 1월 기준 합격률이 단 4%에 그칠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 대부분의 합격생이 관련 학과 석·박사 학위 취득자인 것을 감안하면, 정 대표가 단기간에 합격증을 거머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 심어져있는 나무들은 여태껏 비전문가들의 관리를 받아왔는데요, 나무의사 제도 시행으로 자기 소유의 수목을 직접 진료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를 보유한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수목진료가 가능하도록 산림보호법이 개정됐습니다. 주 업무는 아픈 나무에 대해 처방을 내리거나 토양의 질을 관리하고, 수종과 환경에 맞는 약재를 사용해 나무를 치료하는 일입니다. 줄기나 뿌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식이나 수술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 이후로 먼 곳에서 진단 의뢰를 주시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사업장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병 든 나무의 나뭇잎을 뜯어 오시면 잎사귀 상태를 보고 진단을 내려드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면 그걸 토대로 나무의 상태를 설명해드리기도 합니다.”


더푸른나무병원은 나무의사인 정재욱 대표와 수목치료기술자로 구성된 ‘1종 나무병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2종 나무병원이 나무의사의 진단과 처방만 가능한 것에 반해 1종 나무병원은 수목의 진단·처방과 더불어 치료까지 가능한 곳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정재욱 대표는 활발한 나무의사협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정보교류 및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물이 아닌 살아있는 식물을 돌보는 일인 만큼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 역시 남다르다. 병에 걸려 시들고 고사 위기에 처하거나, 죽어버린 나무들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많다고. 특히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우수한 수목들을 관리할 때면 책임감과 보람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단다.

“지리산 뱀사골에 있는 천년기념물인 천년송을 좋아해서 매년 가을이면 가족과 함께 그 나무를 보러 가곤 합니다. 소나무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서 나무 아래 맨 발로 서있으면, 땅 아래에서부터 에너지가 느껴지고 뿌리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죠. 또 이 마을엔 죽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요, 나무가 서있는 곳이 예전엔 마을로 진입하는 입구였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면서 나무가 외로워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 나무가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옆에 천년송의 후계목을 심고 왔습니다. 그 후로 5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이젠 제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자랐어요(웃음).”

남해군 고현면에 자리를 두고 있는 (주)더푸른나무병원·더푸른농약사는 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이들이 편하게 방문해 이야기꽃이 멈추지 않는 곳이다. 식물에 관해 이것저것을 묻는 고객들과 이에 적절한 해답을 내놓는 정재욱 대표와의 정감 있는 대화 속에서 이들 사이의 돈독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더푸른농약사의 문을 열기 전엔 관련 약품을 사기 위해 동네분들이 근처 하동까지 먼 길을 나서곤 했는데, 이곳 남해에서 농약사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먼 곳을 찾아가는 불편함을 많이 해소시켜드린 것 같다”라며 정 대표가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남해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줄곧 살아가고 있고, 이 업을 시작하면서 지역민들의 도움도 많이 받아왔습니다. 앞으로 사업도 잘 운영해나가서 지역에 봉사도 많이 하고 기부활동도 힘닿는 만큼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남들과 어울려서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앞으로도 쭉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웃음).” [1118]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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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1호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 아픈 나무를 고치는 의사, 지역을 향한 나눔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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