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수려한 해상 경관을 자랑하는 남해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솔밭처럼 우뚝한 하늘 남쪽의 아름다운 곳’이라고 칭해질 만큼 산세가 아름답고, 바닷물이 맑고 따뜻한 남해. 어려워진 경제와 혼란한 시국 속에서도 지역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만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형제가 나란히 변호사가 되어 서울과 진주에서 각각 활동 중인 정동윤 변호사는 남해 출신으로 얼마 전 후배 양성에 도움이 되고자 동생과 함께 기탁 행렬에 동참했다. 그런데 그의 따뜻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라는데. _정주연 기자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변호사가 된 본연의 뜻을 살리기 위해 재작년 진주로 내려왔다. “대학 시절 진로를 고민하던 때 ‘변호사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은 이유에요. 늘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남해군민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공부도 하게 되었으니 그분들을 위해 도움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법률 자문이 떠올랐어요.”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인구에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남해,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았다.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는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검소하고 바른 성품은
아버지의 가르침 영향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가 있었으니 남흥여객의 대표이자 정 변호사의 아버지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는 늘 남해군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이렇게 입고, 먹고, 공부할 수 있는 건 다 그분들이 저희 남흥여객을 이용해 주셔서 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는 꼭 그분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기를.” 정 변호사가 들려준 대학 시절 일화들에서 아버지의 검소하면서 곧은 성품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학 시절 용돈을 모아 처음으로 명품 로퍼를 산 적이 있어요. 이 사실을 아신 아버지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었어요. 제가 쓰는 돈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제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일깨워주셨어요.” 남해군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남흥여객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그들의 소중한 돈이 비록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허투루 쓰이는 걸 경계하셨던 것. 진로를 고민하던 때 취업 보다는 변호사를 선택하게 된 것도 경제적 여유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뭔가 도움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를 아버지도 원하셨기 때문이었다.


지역민들에게서 느껴지는 유대감
일에 대한 보람도 높아져



“남해가 큰 도시는 아니다 보니 지역민들 사이에 유대감이 깊은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 중 남해군민이시거나 남해 출신인 분들은 호칭부터가 좀 더 친근해요. 서울에서는 재판을 통해 승소하면 인센티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여기서는 ‘내가 또 한 분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데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히 일에 대한 보람도 많아지고 변호사로서 자부심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이 오면 옛 추억도 얘기하며 클라이언트들과 자연스레 신뢰를 쌓아가는 정 변호사. 현재 남해경찰서 자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수사 과정 입회 및 조정, 피해자 권리 구제방안에 대한 법적 자문을 하고 있다. 또한 진주경찰서에서 수사민원 변호사로도 활동 중인 정 변호사는 한국여성보호협회에서 의뢰한 가사사건 변호도 최소한의 수임료만으로 진행하고 있다. 남해와 진주를 넘나들며 지역 내에서 다양한 재능기부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올해 좀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 수입도 좀 더 안정적이고 클라이언트도 많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정 변호사. “서울에서는 똑같은 변호사 일을 하는데도 뭔가 ‘비즈니스’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클라이언트들과 친근감도 좀 더 들고, 일이 잘 되었을 때 뿌듯함과 함께 보람을 많이 느껴요.” 어려워진 경제와 혼란한 시국 속에 웃을 일이 적어진 요즘이지만, 정 변호사처럼 사회 곳곳에서 작지만 뜻깊은 일로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취재진마저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듯 편안한 느낌을 들게 한 정동윤 변호사.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의 미소는 변호사 정동윤으로 향후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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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주연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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