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한 번도 송아지를 낳지 않고 길러진 어린 한우 암소, ‘미경산한우’. 뛰어난 풍미와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며 최고급 한우라 평가받는 미경산한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주)한우유통1번가는 축산물 중매인 자격으로 한우 지육을 직접 경매하며 자가공장에서 가공·생산·유통하고 있으며, 전국 대형마트와 식당, 유통업체, 정육점에 뛰어난 품질의 미경산한우를 납품하고 있다. 현재 국내 미경산한우 전체 유통량의 70%가 그들에 의해 움직인다. _정효빈 기자

(주)한우유통1번가를 이끄는 최형철 대표는 식육식당 운영으로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다. 오로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밑천으로 사업을 일군 그는 정육부터 식당과 직영판매장 운영, 축산물 가공과 도·소매 판매는 물론 중매인 자격으로 직접 한우 경매에 나서는 등 축산물에 관한 것이라면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현재 전국에 뛰어난 품질의 미경산한우를 유통하고 있으며, 그가 미경산한우를 공급하는 업체만 국내 370여 곳에 이른다. 최 대표는 현재도 직영매장과 식당 운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나며 우수한 미경산한우를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단 한 마리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만을 선보이고 싶었던 최 대표는 송아지를 한 번도 출산하지 않은 어린 암소인 ‘미경산한우’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해보자 마음먹게 된다. 식당 옆 작은 공장에서 한 두 마리 정도의 소량을 정육하던 시절을 거쳐 현재는 대규모의 자체 공장도 마련하게 됐다. 최형철 대표가 미경산한우 가공과 유통을 시작한지는 이제 갓 2년 반 남짓. 한우유통1번가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업계의 유통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최 대표는 미경산한우 자체의 뛰어난 품질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고, 타 업체가 쉬이 걷지 못하는 길에 도전해 끈기 있게 사업을 이끌어온 것을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몇몇 대기업과 농축협도 미경산한우 유통을 시도해온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일반 소와 비교했을 때 미경산한우는 경매 단가 자체가 훨씬 높아요. 한 마리 당 40~50만원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다보니,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운영 초반의 저조한 수익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그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경산한우를 알리기 위해 사업 초반에는 일반 한우 시세로 고기를 납품하며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사활을 걸며 거래처로부터 갑작스런 소량의 물량 요청을 받았을 때에도, 소 한 마리를 잡아 당일 택시로 고기를 보낸 경험도 있단다. 오랜 기간 이어진 재정 악화로 일반 한우를 판매하고 싶은 마음이 수차례 찾아왔지만, 최고급 미경산한우만을 취급하는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숱한 갈등도 이겨냈다.

최형철 대표가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경산한우만을 고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미경산한우의 뛰어난 맛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며 간결한 대답을 내놨다. 우수한 미경산한우가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진다면, 이를 지속적으로 찾아주는 고객층은 반드시 형성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미경산한우를 알리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던 시절을 지나, 한우유통1번가는 현재 유명 레스토랑과 정육업체가 먼저 찾는 기업이 됐다.

중매인 자격으로 한우지육을 직접 경매하고 있는 최 대표는 경매 단계부터 후대정보(혈통정보)를 확인 후 자체 공장에서 가공과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덕에 우수한 품질 관리가 가능해짐은 물론,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우유통1번가 자체 온라인쇼핑몰과 롯데온, 쿠팡, SSG, 네이버쇼핑 등을 통해 활발한 온라인 판매를 이어가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 위기 역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전환시켰다.


축산물 유통은 생물을 다루는 일이기에 시기별 가격 변동과 재고 처리가 업체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계절 별로 소비가 줄어드는 부위 등을 고려해 원활한 제품 회전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관건. 이에 최형철 대표는 사업체간 유기적 연결을 활용해 슬기로운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식당과 직영매장 운영을 적극 활용해 각종 할인 행사를 열고, 새로운 메뉴 개발을 통해 비인기 부위의 판매를 촉진하는 등 전 부위 전량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업을 일구며 위기는 수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포기하려 할 때마다 우연찮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어요. 사업에 정체기가 찾아올 무렵 넓은 규모에 우수한 시설을 갖춘 현재의 공장을 구할 수 있게 되었고,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에도 축산물 중매인이라는 귀한 자격을 얻게 됐죠. 그만 두고 싶은 순간마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 제가 현재까지 미경산한우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 같습니다(웃음).”

최형철 대표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창업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시기에도 관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 내 선한 영향력을 전했다. 오로지 미경산한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최 대표의 지난 7년. 창업 후 제대로 된 휴가 한번 마음 편히 떠나보지 못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곁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이 크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현재는 경매를 통해 소를 가져오고 있지만, 향후 축사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제가 원하는 사료를 먹인 소를 키워내고, 이를 국내에 납품하는 축산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와 더불어 미경산한우만을 취급하는 정육점이 늘어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도해볼 생각이고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개인 소비자분들이 미경산한우를 더 많이 알아주시고 찾아주셔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 판매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대한민국 1% 미경산한우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1121]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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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뚝심경영으로 우뚝 선 국내 미경산한우 유통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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