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김창석 · 남정희 석정한우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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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빛 한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창석 대표


맛의 도시, 대구.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양계농가와 육가공업체가 많아 ‘치킨’, ‘막창’ 등 다양한 육류 요리가 발달했다. 입맛 높은 대구 시민들에게 ‘한우 맛집’으로 인정받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에 선정된 석정한우마을은 고기 맛을 제대로 아는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외식명소다. 주간인물은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전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석정한우마을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 위치한 석정한우마을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한식당이다. 대구 시민들은 물론 정·재계 인사와 유명인들이 앞다투어 찾는 외식명소. 500평의 넓은 매장,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가족 모임과 손님 접대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식당 마당에 놓인 수십 개의 장독에서 진하고 구수한 된장 익는 냄새가 퍼진다. 


뚝심 있는 한우물 경영을 해온 김창석, 남정희 대표는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대구서부정류장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부부는 2002년, 지금의 자리에 석정한우마을은 연 이래로 줄곧 장을 담가왔다. 매년 신안 천일염을 3~500포를 사고 6~7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쓴다. 최상품인 경북 영주 콩으로 매년 메주를 띄워 직접 된장과 청국장을 만든다. 매년 8가마(160kg)가 넘는 콩으로 된장을 담그고 콩 2~300kg로 청국장을 띄운다. 식당 한편에 따로 소금 창고가 있고 수년 동안 모든 수백 포대의 천일염이 쌓여있을 정도로 그 정성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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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담근 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를 들고 있는 남정희 대표


“음식 맛은 결국 소금부터 시작되죠. 간수 빠진 소금으로 음식 간을 하고 장을 담가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수가 덜 빠진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 김장을 망치거나 장을 망쳐본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간수가 덜 빠진 않은 소금은 짜고 끝 맛이 써요. 하지만 간수 빠진 소금은 쥐어보면 손바닥에 묻지 않고 까슬까슬해요. 먹어보면 짜지 않고 끝에 은은한 단맛이 나요. 그래서 요리해보면 그 맛이 확연히 달라요. 그래서 저희는 6~7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모든 음식을 하고 있습니다.” 

장독에 장을 담는 모습은 요즘 한식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 집 단골들은 “ ‘고깃집’보다는 한우 요리를 내놓는 ‘한식당’이라는 말이 더 알맞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장 담그는 일에 미쳤다”라고 말하는 김창석 대표는 장인정신이 빛나는 사람이다. “다른 식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식의 맛은 결국 장맛입니다. 지금의 레시피를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인근 오일장을 다니며 할머니 상인들에게 장을 맛있게 담그는 비법을 듣고 그 방식대로 수없이 장을 담갔어요. 한창일 때는 하루 한 말씩, 일주일 내내 장을 담글 정도였어요. 정말 장 담그는 일에 미쳤었죠. 지금 생각해봐도 장은 미쳐야 제대로 담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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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마당, 장독마다 맛있게 장이 익어간다(우)

 

장독에서 여러 해 잘 발효된 된장은 그 때깔부터 다르다. 청국장을 더해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퍼지니, 금세 침이 고인다. 공들여 만든 장이라면 제값을 받으려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이 집은 비벼 먹을 밥값 2,000원만 내면 된장이 공짜다. “멀리 우리 집까지 와서 고기 드시는 손님들에게 된장은 서비스로 드려야지 않겠느냐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워낙 된장 맛있다는 분들이 많으셔서 500g 단위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주인공인 한우도 역시 입맛 높은 미식가들의 인정을 받을만하다. 외길 인생, 30년. 이젠 한눈에 봐도 맛있는 고기를 알아볼 정도로 눈이 매섭다. 대표 메뉴인 등심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암소를 고집한다. 갈비는 적당한 마블링을 띄고 구수한 맛이 있는 부위를 선별해 쓴다. 좋은 참숯에 지글지글 구운 한우구이에 남정희 대표가 만든 시원한 물김치와 상큼한 겉절이를 더하면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북이 고향인 시어머니로부터 김치 담그는 비법을 이어받았다는 남정희 대표는 푸근한 인상과 쾌활한 성격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식당이 아닌 마치 집을 찾은 것처럼 단골손님을 다정하게 맞이한다. 한마디로 음식 맛만큼이나 주인의 따뜻한 마음씨에 푸근해지는 맛집. 한번 다녀간 사람들이 먼저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교수님이 계셨어요. 웬만한 식당은 성이 차지 않아 쉽게 찾지 않는 분인데, 우리 집은 손님을 데리고 오시더라고요(웃음). 손님상에 나가는 것은 무엇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일일이 정성껏 직접 만들어 내놓으니, 그 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웃음).”


이번 백년가게 선정으로 그간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인정신이 빛나는 부부의 뒤를 이어 아들, 김준영 씨와 며느리, 김지수 씨가 가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백년가게’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대기업에서 식당 대지를 비싼 값에 팔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돈을 좇았다면 벌써 팔았겠죠(웃음). 하지만 저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단골손님들과 함께 나이 들고 싶어요. 88세가 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계속 식당을 하고 싶습니다(웃음). 늘 초지일관의 자세로, ‘대구를 대표하는 백년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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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으로 백년가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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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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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마다 맛있게 장이 익어가는 한우 명가(名家)! 중소벤처기업부-「백년가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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