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스틸하우스’란 건물의 뼈대를 아연도금강판을 활용해 지은 집으로,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스터드 사이에 단열재를 채우기 때문에 단열과 방음이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재를 재활용할 수 있어 건축 폐자재를 통해 일어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나무를 사용하지 않아 산림자원을 보호한다는 장점도 있어 친환경 주택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스틸하우스. 공사 기간이 짧은 편임에도 지진, 태풍 등 재해에 강하고 내구성도 좋아 건축주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에 주간인물이 다년간 스틸하우스 설계를 전문으로 경쟁력을 다져온 건인자 건축사사무소의 김종균 대표를 만나 건축에 관한 그의 철학을 묻는 시간을 가졌다. _정효빈 기자


김종균 대표와 스틸하우스의 만남은 우연했다. 스틸하우스가 국내에 도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00년 초반, 가까운 지인이 자신의 집을 스틸하우스로 짓고 싶다며 그에게 설계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틸하우스는 박공지붕 형태의 단조로운 디자인의 형태가 대표적이었는데, 이 때문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했던 김 대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스틸하우스 설계를 진행하며 외부 자재의 변화를 통해 스틸하우스 형태로도 다양한 디자인을 도출해내는 법을 터득하게 됐고, 20여 년간 이어져온 시간은 그를 현재의 모습으로 이끌었다.

“어느 날 지인이 스틸하우스 관련 서적을 한아름 안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스틸하우스로 본인의 집을 짓고 싶다며 제게 설계를 맡겼고, 이후 박람회도 같이 다니면서 함께 공부했죠. 그분이 국내 스틸하우스 시공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반석홈스틸하우스 진경도 대표님입니다. 이후 스틸하우스 전문 시공사였던 포스홈 영남지사와도, 국내 스틸하우스 최고 기술자인 박봉호 대표님과도 인연이 닿았고 수많은 국내 스틸하우스 기술자분들과 협업하게 됐죠. 현장에서 직접 골조구조에 대해서 배우고, 아연도금강판을 활용해 단열, 방수, 결로 커버 등의 기술을 축적해오며 스틸하우스 설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또한 국내 스틸하우스의 초석을 다져온 (주)그린홈예진의 전희수 대표님과도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대구와 경상권을 주 무대로 참신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세월만 20여 년. 별도의 상담을  거치지 않고도 곧장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도 많다고 하니, 그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새삼 실감이 난다. 김 대표는 줄곧 천편일률적인 스틸하우스 주택 형태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설계에 집중해왔다. 건물과 공간의 근본적인 기능을 수용하면서도 단순하고 아름다운 건물 외관의 기능적·미적 요소를 구현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현장에 미팅을 하러 가는 순간이 가장 설렙니다(웃음). 건축주는 어떤 사람일지, 그분이 어떤 건물을 원할지,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곤 하죠. 경사가 가파르거나 기형적인 땅을 만났을 땐 희열이 느껴지기도 해요. 독특한 대지 요건을 잘 활용하면 예상치 못했던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되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건물 완공 후 만족스러운 건축주의 표정을 보는 것 역시 건축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김종균 대표는 건축 설계에 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건축과 인간, 자연을 꼽는다. 건축은 인간을 위해야 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건축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마음속에 담아왔던, 김 대표의 오랜 믿음을 담은 ‘건인자’라는 이름은 그의 설계를 대변하는 슬로건으로 이어졌다. “좋은 건축은 긴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건축주의 요구를 오롯이 담은 설계와, 설계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건축물을 직접 보았을 때 눈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건축물은 인간의 평생에 영향을 줍니다. 동네에 한 건물이 들어섰을 때, 건물 하나가 해당 지역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하고요. 좋은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서와 편리함을 주지만 그 반대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건축가는 사명감을 갖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건축주의 꿈과 이상, 다양한 요구를 설계에 녹여내 실현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건축주의 요구는 때때로 구체적이지도, 정리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김종균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막연한 꿈을 구체화하고 있을까?'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입니다. 공간에서 오래도록 머무는 이는 건축사가 아니라 건축주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공간에 모두 담아내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고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주택설계의 경우, 집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위가 녹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녀분들이 몇 살인지, 성별은 무엇이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전부 물어 설계에 녹여내려고 합니다.”

인간을 위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마음으로,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건축 설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김종균 대표. 그는 우리네 삶을 구성하는 다채로운 건축을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건축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설계를 이어가는 것이 자신의 소박한 꿈이라고 답한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숙제를 풀어주는 해결사로 남고 싶다’며 웃는 그의 미소가 새삼 든든하다. [1108]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건축을 향하여, 인간을 위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 김종균 건인자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