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정가량 어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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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서부동에 위치한 어향원은 70년 전통의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경주에서 유명한 화교 중식당으로 3대째 그 전통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중화요리의 전통성을 이어가는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그 진미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돼 대를 잇는 명가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어향원은 3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간인물은 중화요리의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는 외식명가, 어향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레시피를 알려줘도 결코 이 맛은 낼 수 없죠. 맨손으로 한국에 삶의 터전을 닦으며 중화요리를 전한 선대의 손맛, 70년 세월이 담긴 기술과 노하우가 바로 어향원의 맛입니다.” 어향원의 맛에 대해 말하는 정가량 대표. 


어향원은 1950년대, 1대 故 정세덕, 故 손지매 대표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경주 노동동으로 자리를 옮겨 ‘미화반점’을 열었다(1961년 사업자등록, 문서상 업력 61년). 이후 장남인 정승례 대표가 어머니 손지매 대표를 도와 가업을 이었고 2009년, 경주 서부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 ‘어향원’을 열었다. 현재, 차남인 정가량 대표가 3대째 대를 잇고 있다. 

올해 서른일곱의 정가량 대표는 조리계의 재원이다. 어려서부터 요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는 경희대학교 조리학과에서 공부했고 10여 년 전부터 경주로 내려와 가업을 잇고 있다. “어려서부터 웍에 야채 볶는 소리, 기름에 볶을 때의 향을 좋아했어요(웃음). 이처럼 요리에 관심이 많고 흥미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도 조리학과를 진학했고요. 무엇보다 할머니 때부터 아버지 대에 이어 내려져 온 가업에 대한 애정이 컸죠. 친가뿐만 아니라 화교인 외가에도 유명한 중화 요리사들이 많습니다. 1970년대 1세대 화교 요리사로 유명 셰프들에게 중화요리를 전수한 외삼촌, 왕수인 셰프가 대표적이죠. 이런 영향으로 중화 요리사를 꿈꿨어요. 10여 년 전, ‘가업을 이으라’라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경주로 내려와 가업 잇고 있습니다.” 

유망한 그가 여러 좋은 제안을 마다하고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그는 “ 70년 동안 쌓은 선대의 땀과 노력”이라 말한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반 중국인 정서는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져 화교들이 경제적 실권을 쥐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제한을 해왔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1년, 외국인 토지 소유 금지법을 제정해 화교들의 부동산을 압수하고 소유 규모를 제한하는 등 많은 사회적 제약을 받았다. 이때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많은 화교들이 중식당을 시작했고 레시피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변형됐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지금의 ‘한국식 중화요리’가 탄생했고 배달 문화와 더불어 지금의 외식문화에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일찍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평소에 심장이 안 좋으셨는데, 어린 아버지를 업고 음식 배달을 하시다 계단에 쓰려져 피를 토하기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장남인 아버지가 할머니를 돕기 위해 열여섯, 열일곱 살 때부터 주방 일을 시작하셨고요. 그렇게 선대의 땀과 노력 덕분에 경주에서 유명한 중식당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올해 5월에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백년가게로 선정된 걸 보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텐데 보시지 못해 안타까워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아이가 어엿한 가장이 되어 다시 찾는 집. 70년 전통, 중화요리 맛은 어떨까? 어딜 가든 중식당의 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메뉴는 바로 짜장면이다. 대게 짜장면이 맛있으면 모든 요리가 다 맛있는 것. 단골손님들은 “이 집은 뭐든 기본 메뉴가 다 맛있다”라고 입 모아 말한다. 기름에 잘 튀겨 향긋하고 고소한 춘장, 재료 하나, 하나 향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푸짐한 건더기, 쫄깃한 면발이 더해져 그야말로 ‘완벽한 맛’이 완성된다. 짜장면 같은 기본 메뉴를 비롯해 이곳의 코스 메뉴는 단연 호텔 중식당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과 노련한 중화 요리사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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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량 대표는 “중식당에서 흔히 쓰는 굴 소스, 치킨 스톡 등을 쓰지 않고, 최소한의 MSG를  쓴다”라며 “중화요리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장을 보고 그날그날 쓸 양만큼만 재료를 손질해 쓴다. 뜨거운 불 앞에서 노련하게 웍을 다루는 주방장의 손길에서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향긋한 중화요리가 탄생하는 것. “지금도 일을 도와주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어떻게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나와 이렇게 일하셨나 싶어요.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나보다 못하지 마라’라고 말하세요. 저는 요리사의 첫 번째 자질이 ‘성실함’이라고 생각해요. 늘 꼼꼼하고 성실하게 요리하셨던 아버지를 본받아, 중화요리의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중식당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백년가게 선정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를 이어 발전하는 백년가게를 만들기 위해 그는 밀키트 출시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 손님이 ‘대만에서 먹었던 우육면보다 맛있다’라고 칭찬하시더라고요(웃음). 우육면을 비롯해 어향원의 손맛을 담은 밀키트를 제작해, 전국에 어향원의 맛을 알리고 싶어요. 다양한 새로운 시도로 앞으로 대를 이어 발전하는 백년가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1153]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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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선정! 중화요리의 본연의 맛 살린 70년 전통, 화교 중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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